2010.05.06 11:16

‘검사 프린세스’와 현실의 괴리


[방송따져보기]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장르적으로 〈검사 프린세스〉는 코미디로 분류할 수 있다. 팬시한 취향과 빼어난 외모의 마혜리란 인물을 내세워 편견 속에서 한 명의 검사로 성장하는 그녀의 모습을 뒤좇는 이야기는 좌충우돌 시청자를 웃게 만든다.

여기서 돋보이는 건 단연코 김소연이다. 이제까지 그녀는 배우로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아이리스〉를 통해 이병헌이나 김태희보다 더 많은 화제를 얻으며 그녀의 ‘연기’는 재발견되었다. 김승우가 진행하는 토크쇼 〈승승장구〉에 출연한 그녀가 화제가 된 것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시청자들은 의외로 주의가 산만하고 엉뚱하며 소심한 인간 김소연을 발견할 수 있었다.

 
 
▲ SBS〈검사 프린세스>.

〈검사 프린세스〉의 마혜리는 바로 그 김소연에 가까운 캐릭터다. 그녀는 어딘지 어설프고(그래서 사랑스럽고) 어딘지 허술하며(그래서 사랑스러우며) 어딘지 진실 되다(그래서 또한 사랑스럽다). 따라서 〈검사 프린세스〉는 김소연이란 배우에 의해 움직이는 드라마다.

하지만 〈검사 프린세스〉를 움직이는 실제적인 요소는 한국에서 사회적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한국의 법체계에 대한 신뢰, 로 요약할 수 있는 이 믿음은 법이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며 억울함을 해소해줄 수 있으리라는 시민사회의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것은 주로 변호사라는 직업과 그 캐릭터를 통해 구현되었지만 〈검사 프린세스〉는 검사와 검찰을 기반으로 묘사된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법정 드라마 혹은 법을 다루는 작품은 언제나 비대중적이었다. 법정 드라마는 미국(혹은 할리우드)의 주요 장르였고 의사나 경찰처럼 변호사나 검사도 언제나 진실의 무게를 감당해야하는 숙명을 통해 번뇌하고 방황하는 캐릭터들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법에 대한 신뢰가 약한 사회다. 공권력이 시민이 아니라 권력자의 편이라는 의심은 오랫동안 경험적으로 형성된 결과고, 이런 의심 덕분에 한국인들은 법보다는 주먹과 편법을 상식으로 체화해왔다. 1980년대에 〈인간시장〉같은 작품이 많은 인기를 얻었던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마왕〉이나 〈변호사들〉같은 드라마들이 장르적으로 극단적인 위치(스릴러와 코미디)에 서 있다는 것 또한 한국에서 법에 대한 자각이 얼마나 극단적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래서 〈검사 프린세스〉가 검찰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사실은 시청자를 잠시 당황스럽게 만든다. 우리는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은연중에 검사가 과연 우리 편인가, 라는 질문을 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안에서 검사들은 더없이 건전하고 정의로우며 프로로서의 자신감으로 충만한데 신문에서 보는 현실의 검사들은 왜 그렇지 않은가. 이런 생각은 나아가 법을 실행하는 국가기관에 대한 감시자의 부재가 과연 합리적인가, 라는 고민으로까지 확장된다. 감시자를 감시하는 자는 과연 누구여야 하는가, 라는 질문 말이다.

 
 
▲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물론 〈검사 프린세스〉에는 정치적인 사안 대신 민·형사 사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진실의 무게와 검사의 직업관을 다룬다는 점에서 〈검사 프린세스〉는 필연적으로 한국에서 검찰조직에 대한 편견을 온 어깨에 짊어질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바로 이 괴리감이 〈검사 프린세스〉를 다른 각도로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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