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9 11:34

‘용산 24시’를 카메라에 담는 1인 미디어 활동가

주류 언론 떠난 자리, 우리가 지킨다! 
[‘용산참사’ 100일] 1인 미디어 활동가 ‘용산 24시’ 카메라에 담아  
 
 2009년 04월 29일 (수) 00:39:49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 용산 재개발 4구역 안에 위치한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분향소 ⓒPD저널

누군가는 ‘학살’이라고 말하는,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29일로 100일이 됐다. 설마 아직도 싸움이 계속되고 있을까.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23일과 26일, 용산 재개발 4구역을 찾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했지만, 4구역 안은 바깥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빗속에도 경찰들은 사고가 발생한 남일당 건물을 지키고 있었고, 한쪽 건물엔 참사로 희생된 시민 5명의 분향소가 자리해 있었다.

참사 당시 현장을 비추던 수많은 카메라들이 자리를 떠났지만, 아직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르지도 못한 유가족들은 철야농성을 시작하는 등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주류 언론들의 관심이 떠난 곳에 새롭게 촛불미디어센터와 촛불방송국이 자리를 잡았다. 용산 재개발 4구역은 나름의 방식으로 ‘용산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 ‘용산참사’가 발생한 남일당 건물. 여전히 경찰들이 건물을 지키고 있다. ⓒPD저널

철거민이 진행하는 ‘철거민 방송’ 등 선보여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 바로 뒤편에 위치한 레아 호프. ‘용산참사’로 희생된 고 이상림 씨가 운영하던 3층짜리 건물이다. 한동안 비어있던 이곳은 지난 3일 새롭게 탈바꿈했다. 1층은 문화·예술인들의 전시 공간인 ‘레아갤러리’로 변했고, 2층은 촛불시민연석회의 등이 마련한 촛불미디어센터·촛불방송국이 자리 잡았다.

지난해 촛불집회부터 꾸준히 촛불을 밝혀온 시민들의 모임인 촛불시민연석회의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허경 씨는 “주류 미디어가 하는 역할 외에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1인 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높이고, 촛불들끼리, 그리고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촛불미디어센터·촛불방송국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두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탄생한 미디어센터에는 현재 20여 명이 방송제작·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10여 명이 모여 매일 라디오 뉴스를 제작하고 있고, 지난 20일엔 인터넷 〈철거민 방송〉이 첫 방송을 탔다. 〈철거민 방송〉은 철거민들이 직접 진행자로 나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일상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매주 정기적으로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5~6명이 모여 ‘용산참사’와 관련한 다국어 뉴스도 제작중이다.(http://cafe.daum.net/Cmedia)

직접 1인 미디어들이 활동하는 미디어센터를 연 데는 주류 미디어에 대한 아쉬움도 작용했다. 특히 ‘용산참사’의 경우 연쇄살인 피의자 강 씨 사건으로 참사를 덮으려 했다는 청와대 홍보메일 파문이 터지면서 언론에 대한 믿음 역시 흔들린 상태였다.

허경 씨는 “철거민들의 투쟁을 폭력적으로 보거나 보상금을 더 받으려는 사람들로 주류 미디어들이 왜곡해왔던 시선이 여전히 있기 때문에 촛불 방송을 하는 것”이라며 “‘용산참사’ 역시 현재 진실 규명이 전혀 안 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에서 ‘용산참사’가 잊혀지고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용산 외에 다른 이슈들에 대해서도 계속 소통할 수 있는 촛불방송국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1인 미디어 활동가 크롬(닉네임). 촛불미디어센터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PD저널

인터넷개인방송 아프리카를 통해 ‘누리꾼 TV’를 진행하는 1인 미디어들도 미디어센터를 찾는다. 지난해 7월부터 직접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누비고 있는 ‘크롬’(닉네임)은 “(이런 활동에 나선 데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크다”며 “조중동 등 기존 언론의 경우 보이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가공한 상태로 전달하면서 현장이 아니라 데스크의 생각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크롬은 10~12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집중하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이후 용산 재개발 4구역 현장에 거의 매일 상주해 있다. 그는 “주류 매체에선 ‘용산참사’에 관심이 없다”며 “일반시민들은 이분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어 하지만 소통의 도구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니 ‘용산참사’가 잊혀지는 것”

레아 호프 1층에도 ‘용산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는 ‘용산참사’ 100일을 기해 지난 24일부터 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전공 학생 3명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용산참사 100일 멈춰버린 남일당〉(고이란, 김홍지, 임태훈)이란 제목의 사진전이다.

이번 사진전에 참석한 김홍지(27) 군은 “‘용산참사’가 잊혀져가는 상황에서 그런 사건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현장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용산참사’에 대해 판단해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용산참사’ 현장과 유가족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김홍지 군은 “여전히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왔는데 여긴 아직도 싸움이 현재진행형”이라며 “‘용산참사’가 많이 잊혀지는 상황에서 처음 사진을 찍으러 왔을 때 모든 걸 새롭게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학과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한예지(24, 상명대) 양은 “친구들이 매주 사진을 찍어 현장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도 ‘용산참사’를 잊었을 것”이라며 “아직도 이런 일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이곳에 들어선 순간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윤선우(24, 상명대) 양은 “언론에서 이슈화를 시키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덮으려고 하니 ‘용산참사’가 잊혀지고 있는 것”이라며 “언론의 적극적인 보도가 아쉽다”고 말했다.

    


▲ 폐허로 변한 용산 재개발 4구역의 모습.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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