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9 09:47

“미실은 덕만의 스승이었다”


[인터뷰]박홍균 〈선덕여왕〉 PD

“시즌2가 새롭게 시작됐다.” 미실의 죽음 이후의 〈선덕여왕〉에 대해 박홍균 PD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원래 사람을 얻고 이용해 정치를 펼쳐나가는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며 “전반기에 미실이 그런 리더십의 완성을 보여주고 이를 덕만이 벤치마킹하며 극복하는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덕만이 배운 교훈을 토대로 자기만의 리더십을 펼치고, 삼한일통의 초석을 깔아나가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신라 최초의 여왕 이야기”에서 출발한 〈선덕여왕〉을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정치 드라마로 만들어낸 중심에는 미실이 있었다. 미실은 악인 아닌 악인으로, 하물며 타이틀롤인 덕만보다 뛰어난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기존의 다른 사극 속 ‘2인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박 PD는 “왕 이야기나 정치는 지루하다. 이를 역동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착목한 게 색공과 미실이란 신라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라며 “신라시대에 여왕이 나오긴 했지만, ‘여자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 선두주자는 사실 미실”이라고 말했다.

 
 
▲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박홍균 PD ⓒMBC
뛰어난 정치가이자 계략가였던 미실과 이상을 좇는 덕만은 종종 대립했고, 그래서 〈선덕여왕〉은 어떤 현실 드라마보다 흥미로운 정치드라마로 평가받았다. 또 예언을 독점하고 조작하는 미실의 행위는 권력의 그것을, 조세개혁 추진은 종합부동산세 논란을 상기시키는 등 현실정치의 은유로 조명을 받기도 했다. 일부 보수매체들은 〈선덕여왕〉을 ‘빨갱이 드라마’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박 PD는 “색안경을 끼지 않고 봐 달라”고 당부했다. “드라마적 재미, 드라마적 허구는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끌어낼 때 극대화된다. 우리 드라마는 정치 얘기를 하고자 하고, 정치는 사람을 얻는 과정이다. 내가 가진 인재가 매치되지 않으면 감정이입이 어렵다. 사극의 원론적 방향과 닿아 있겠지만, 현재와 오늘을 도외시하는 사극은 의미가 없다. 누군가를 희화화하거나 더 비튼 지점이 있어 불편했다면 사죄해야겠지만, 악의를 가지고 풍자했다기보다는 쉽게 요즘상황에 빗대 그렸다고 보면 좋겠다.”

드라마 안팎에서 일대 ‘사건’이었던 미실의 최후는 제작진에게 큰 숙제였다. 박 PD는 “30회를 지나면서부터 고민했다”고 말했다. 미실이 최후를 맞는 방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작가, 고현정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미실다운 죽음’을 고민했다. “우리가 주목한 건 미실이 덕만의 스승이라는 점이다. 미실이 죽을 때도 덕만을 꼭 불러서 뭔가 얘기해주고 싶었고, 마음으로는 ‘나의 후계는 비담이 아니라 덕만이다’라는 걸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최후까지도 그녀다웠던 미실은 고현정이란 배우를 만나 150%의 빛을 발했다. 박 PD는 고현정에게 감사를 표했다. “일할 때는 까다로운 배우다. 감정선이 디테일하고, 스케줄 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쌓였던 불만이 편집실에서 말끔하게 해소될 정도로 탁월하게 소화해냈다. 지문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배우다. 처음 작업해봤지만 연기를 제대로 배운 힘을 느꼈다. 많이 배웠고, 고현정이란 배우를 통해 작품도 풍성해졌다. 빈말이 아니라 우리를 너무 고생시켜서 툴툴대기도 했지만, 편집하며 돌아보면 고마운 배우다.”

많은 이들이 ‘미실 이후의 선덕여왕’을 걱정한다.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다.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주 51,52회를 찍는데 약간 붕 떠있고 편집하며 심심한 느낌도 들더라. 이요원씨도 그랬다. 미실이 있으면 자신이 부딪쳐 싸워 지더라도 싸우는 자체가 포커스를 받는데, 그게 없다는 상실감이 한 주 정도 괴롭혔던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적이 없기 때문에 더 힘든 전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그는 “시청자들도 처음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유신과 비담이 대립하고, 다른 인물들이 움직이는 구조가 전반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마지막 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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