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3 16:01

“방송 후에도 ‘미남이’ 상상하며 행복했으면”


[인터뷰] SBS ‘미남이시네요’ 홍정은·홍미란 작가

홍자매. 홍정은, 홍미란 작가를 부르는 하나의 별칭이다. (단, 주의할 점은 <태릉선수촌>,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집필한 또 다른 홍자매(홍자람, 홍진아)와 헷갈리면 안 된다). 방송가에서는 적어도 홍자매가 극본을 쓰면 실패하진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쾌걸춘향>으로 데뷔해 <마이걸>, <환상의 커플>, <쾌도홍길동>을 연이어 성공시켰으니 무리도 아니다. 매번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여기에 톡톡 튀는 대사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어우러지면서 ‘홍자매 표’ 드라마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번에도 홍자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비록 ‘대박’ 시청률은 아니었지만, 신드롬이라 칭할 만큼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낸 드라마. SBS <미남이시네요>(연출 홍성창)를 통해 그들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 홍미란(왼쪽), 홍정은 작가 ⓒ10아시아 제공, 최지은 기자
<미남이시네요>는 미소년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에 남장을 한 여자 멤버 한 명이 들어간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홍자매는 작년 여름 우연히 아이돌 그룹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갔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게시판에서 아이돌 그룹 팬들이 어린 코디네이터를 욕하는 것을 봤어요. 팬들은 항상 ‘오빠들’ 옆에 코디네이터가 있으니 보기 싫었던 거죠. 왜 오빠들하고 친한 척 해? 그런 거 있잖아요. 아이돌 그룹 옆에 여자애 한 명 있으면 진짜 부러워하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게 남장여자 캐릭터 고미녀(박신혜 분)와 아이돌 그룹 A.N.JELL 멤버의 로맨틱 코미디가 시작됐다. 홍 작가는 “요즘 10대는 아이돌 오빠들과의 로맨스를 생각하는 것 같다”며 “특히 멋있는 남자 여럿이 한 명의 여자를 둘러싸는 것은 30~40대가 <캔디>를 읽으며 갖고 있던 감성과도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녀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순정만화 같은 드라마 콘셉트는 적중했다. <미남이시네요>는 10~20대 여성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였고, 30~40대 주부 시청자들의 지지 역시 받았다.

“나이 있으신 분들은 어릴 때 순정만화를 보는 것처럼 간질간질하고 귀여운 부분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젊은층은 미남이 ‘계 탔네’ 하는 느낌이고. 전생에 무슨 복을 받아서 저렇게 잘 생긴 남자랑, 쟤는 얼마나 좋을까, 그런 것들이 살아서 예뻐해 줬던 것 같아요.”

다소 유치하거나 뻔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쉴 새 없이 펼쳐지고, 각자의 몸에 꼭 맞게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지면서 <미남이시네요>는 빛을 발했다.

“잘못하면 <논스톱> 같은 시트콤 같거나 애들만 나오는 학예회 같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했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참 잘해줬어요. 장근석 씨 나이가 23살인데 그 나이에 10년 경력을 가진 배우는 없죠. 박신혜 씨 역시 20살에 그 정도 경력 있는 사람도 없고. 그 또래에서 제일 잘 하는 사람들이 연기해준 것 같아요. 신인들도 각자 제 몫을 해줬고.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다들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SBS <미남이시네요>에서 A.N.JELL 멤버로 활약한 탤런트 장근석, 박신혜, 정용화, 이홍기 ⓒSBS
한 가지 아쉬운 건 역시 시청률. 2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고 톱스타가 대거 출연한 KBS 드라마 <아이리스>와의 경쟁은 쉽지 않았다. 당초 올해 겨울방학을 목표로 했으나 수능 시즌에 ‘딱’ 걸린 것도 편성상의 아쉬움이다.

홍 작가는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지만 좋아해주신 분들은 정말 많이 좋아해준 것 같다”며 “<미남이시네요>로 인해 일주일에 한 번 굉장히 즐거웠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 좋더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미남이시네요>는 인터넷 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아이리스>와의 경쟁에서도 시청률은 10%대를 꾸준히 유지했고, 드라마 검색순위는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드라마 O.S.T는 3만장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고, <미남이시네요> 영상만화와 소설 포토북까지 나왔다. 촬영 현장은 팬들의 이벤트로 매일 매일 잔치 분위기였다고 한다.

홍 작가는 “판타지한 공간에서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두근두근하고 행복했으면 했다”며 “<미남이시네요>가 끝나도 태경이랑 미남이 어떻게 됐을까를 상상하면서 즐거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자매는 앞으로도 공동 작업을 계속할 거라고 한다. 벌써 다음 작품도 구상하고 있었다. 홍자매가 선보일 다음 작품은 ‘호러판타지로맨틱코미디’. “얘기할까?”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처음 하는 얘기”라면서 다음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세상에 단 한 마리 남은 구미호를 데리고 살면서 자신의 간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는 남자의 이야기란다. 홍 작가는 “구미호외전 같은 드라마는 아니”라며 “굉장히 세면서도 독특한 남녀 캐릭터가 등장하는, 색다른 로맨틱 코미디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굉장히 재밌을 것처럼 써주세요. 하하.”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