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1 15:10

“수술 장면 없이도 의학드라마가 됩니다”


[인터뷰]이현직 SBS 〈산부인과〉 PD

SBS 수목 드라마 〈산부인과〉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경쟁작 〈추노〉의 열풍 속에 시작부터 고전이 예상됐으나, 10% 초반대의 안정적인 시청률로 나름 선전하는 중이다.

〈산부인과〉는 드라마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았던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한 메디컬 드라마이자 휴먼 드라마이다. 이현직 PD는 1년 반 전, “완전 신인”인 최희라 작가가 오랜 취재를 바탕으로 쓴 시놉시스에 흥미를 느껴 연출을 위해 CP직까지 내려놓고 메가폰을 잡았다.

사실 산부인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거나 드라마 소재로 삼는다는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산부인과가 은밀한 사생활과 그보다 더 은밀한 신체부위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렇다. “산부인과, 하면 임신해서 축하 받고, 그런 곳으로만 생각하잖아요. 소재가 많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이 있죠. 하지만 작가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에피소드가 많고, 그 종류도 다양해서 소재의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현직 '산부인과' PD ⓒSBS
그의 말대로 〈산부인과〉는 난소암 환자, 임신 중독, 비혼모, 10대의 임신, 장애아의 출산과 유산 등 산부인과를 찾는 이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들려준다.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가 환자의 생사와 수술 방식을 두고 의사들이 치열하게 땀 흘리는 모습을 그렸다면, 〈산부인과〉는 환자나 산모가 아이 혹은 자신의 문제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과정을 그린다.

“외과의사라면 무조건 환자를 치료해야 하고, 따라서 환자의 선택이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산부인과에선 상당히 많은 경우 산모나 환자의 선택을 의사가 따라야 하죠. 불가항력에 의한 질병이라기보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시작돼 결과가 나타난다는 데서 드라마적인 요소가 충분히 있다고 봤어요. 수술 장면 없이도 의학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게 산부인과죠. 그래서 훨씬 더 인간적이고, 인간에 관한 얘기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유능한 산부인과 의사 서혜영(장서희)이 불륜으로 임신하게 된다는 설정을 넣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자칫 ‘막장’ 논란으로 흐를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산부인과〉는 첫 회부터 혜영의 불륜과 임신, 그리고 낙태에 대한 고민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의사도 다른 환자들이 느끼는 걸 같이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죠. 그래서 비슷한 케이스의 환자를 도덕적으로 양단하기보다 인간의 복잡성이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한 선택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는 겁니다. 혜영이 의사이지만 또 산모이기도 한 지점에 있기 때문에 내용이 표피적이거나 도덕적인 면으로 흐르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의 생각할 폭을 넓혀주고 동질감을 갖게 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산부인과〉가 다루는 사연들은 사회적 논란이나 윤리적 문제와 맞물려 예상 밖의 파장을 만들어내곤 한다. “결국 사랑의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 PD는 말했지만, 주인공의 ‘선택’은 최근 뜨거운 낙태 찬반 논쟁과 더불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장애아 출생 등에 대한 묘사는 현실적이긴 하나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 PD는 “연출을 하며 나도 마음이 아프다”면서 “한쪽 시각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얘기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이야기도 시청자들에게 강요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산부인과를 어렵게 생각하거나 잘못된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친근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드라마를 통해 산부인과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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