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2 15:28

“연예인 성착취, 침묵의 카르텔 깨라!”


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 결성…SOS 상담센터 개소

 
 
▲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22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선언식을 열었다. 이무영 영화감독이 서포터즈 결성을 알리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PD저널
여성 연예인의 인권문제를 지원하는 모임이 결성됐다. 바로 故 장자연씨 사건 때문이다.

‘여성 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은 22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공식 발족했다. 이날 모임 측은 21일 “장씨를 죽음으로 내몬 사건은 여성 연예인의 노동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성착취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며 “인권이 소중하게 지켜지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성 연예인 인권 서포터스를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여성 연예인을 위한 ‘SOS 상담센터’를 운영한다. 또 ‘UCC행동단’도 만들어 블로그를 통한 지속적인 여론환기 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장자연 사건, 침묵의 카르텔 깨져야 한다”

서포터즈 발족 기념으로 열린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내몬 성착취 침묵의 카르텔 어떻게 깰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는 여성 연예인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3월 7일 자살한 장자연씨에 대해 경찰은 4월 27일 고인의 49재가 있던 날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사실상 수사를 종결 시켰다. 총 8명의 수사대상자를 불구속 입건했으나 혐의가 확정돼 구속된 대상자는 없었다. 일본 도피중인 전 소속사 대표 김 모씨의 신병은 지난 5월 14일로 여권이 만료돼 불법체류자 신분이 됐지만 신병은 여전히 확보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지부진한 경찰 조사에 대해 장영화 변호사는 “이번 수사과정을 지켜보면 변호사가 되기 위해 배웠던 원칙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수사에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유력한 증언을 할 사람이 수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입건된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기소중지를 해야 된다. 그런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면서 “수사의 기본 원칙도 지켜지지 않도록 되버린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 법조인으로서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22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PD저널

 
 
▲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22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지원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오히려 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명예훼손 소송에 희망을 가지고 있다. 사법부가 명예훼손 소송을 통해 실체를 밝혀낼 것”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지나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는 고 장자연씨의 고백에 대해 “용기 있는 여성”이라고 평가를 내렸다. 그는 “장자연은 자긍심이 높은 여성이다. 위에 선배들이 그렇게 한 것 많이 들었고, 조금만 참으면 된다. 그런데 왜 못 참았을까. 자기를 고백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장자연씨가 주민등록번호를 적고, 지장을 찍은 유서를 메모나 쪽지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며 언론의 실체적 사실 보도를 촉구했다.

우리사회에 만연해져 있는 성 불감증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키라 한국성폭력삼당소 활동가는 “지방 흡입술을 받았다고 방송에서 퇴출되고, 체중이 늘었다고 퇴출되는 여성앵커의 사례와 장자연씨 사건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여자 연예인이 처한 이중적인 잣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성 판타지 안에 존재하는 여성 연예인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제작자와 수용자가 필요하다”면서 “대중들과 소통한다면 변화의 가능성은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여성 연예인들과 이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직접 소통의 기회를 가져보고 싶은 열망도 토로했다.

 
 
▲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22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PD저널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 대해 “가부장제의 천민자본주의가 빚어낸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사건에서 보듯 ‘재수 없어서 걸린 것’이라고 말하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그러나 장자연 사건은 이런 표면화 된 문제를 넘어 성폭력·성매매의 연장 선상에 있는 약자에 대한 인권유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에 대한 착취의 카르텔은 남성 권력자들에 의해 주도돼 왔다”면서 “장자연은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자화상이다. 죽음의 진실을 입막음 한 것은 우리 모두”라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 여성 연예인 실태 조사 착수

고 장자연씨 사건으로 여성 연예인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연예인 인권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하기 위해 용역 연구기관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문재갑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 정책위 의장은 “자정의 목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을 공개하고 잘못한 것은 질책을 받고, 도움을 받으려면 받자는 뜻에서 진통 끝에 우리의 실태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가 되면 충격적인 사실이 많이 드러나겠지만, 세상의 어느 가치도 생명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 뒤 “인권위에서 큰 역할 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문 의장은 “장자연 사건에서 충격을 느낀 것은 몇 만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한 두 달이 지나면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대중문화 예술인으로서는 도약할 수 있는 배우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라며 “장자연은 스타도 무명도 아닌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살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22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자들이 고 장자연씨에 대해 묵념을 하고 있다. ⓒPD저널

 
 
▲ '여성연예인 인권지원 서포터즈-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22일 오전 10시 서울 태평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가 끝난 뒤 풍선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PD저널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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