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3 15:12

“완 딸라, 오빠 이뻐”를 외치는 아이들의 이야기


[헨드릭스의 책읽기] (24)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2007)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유영미, 우석훈, 주경복(옮긴이), 갈라파고스)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앙코르 유적군 주위를 돌면서 거대한 12세기의 건축물에 압도돼야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몰입하지 못했다. 앙코르 와트 주위의 아이들 때문이었다. 맨발에 다 헤진 원피스를 입은 여자 아이들과, 반바지만 입은 아이들이 달려든다. 아이들은 “완 딸라, 오빠 이뻐”를 외친다. 1달러짜리 팔에 두르는 띠를 파는 것이다. 처음엔 1달러에 하나를 팔려고 하다가 관광객이 무시하고 지나가면 “5개에 삼 딸라, 오빠 이뻐”를 외친다.

조악한 디자인과 땀이 조금만 흘러도 옆에 염료가 묻어나는 그런 팔찌임을 확인하지만 사지 않을 수 없다. 더 지나가면 “삼 딸라, 오빠 멋있어”를 외치는 10대 소녀들이 가방을 팔려하고 있다. 유적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귀에는 아이들의 “완 딸라, 오빠(언니) 이뻐”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일본인에게는 일본어로, 중국인에게는 중국어로, 한국인에게는 한국어로 흥정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계속 뛰어다녔다. 앙코르 유적군 청원 경찰이 오면 도망치느라 뛰고, 관광객이 오면 서로 먼저 호객 행위를 하느라 뛴다. 그들의 눈은 맑지만 절박했다.

다음 날, 캄보디아 주재 다일 공동체에 갔다. ‘밥퍼’ 최일도 목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빵을 굽고, 아이들에게 밥을 퍼 주었다. 아이들은 한 공기도 되지 않는 밥과 용과 한 쪽, 빵 한쪽, 돼지 삼겹살 구이 3~4점으로 한 끼 식사를 한다. 겨우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이 얼마 되지도 않는 밥과 반찬을 조금 뜨다 말고, 가져온 비닐봉지에 담아 집에 가져간다. 집에서 엄마와 동생이 굶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으며, 비타민 A 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이 3분에 1명꼴이다. 그리고 세계 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5,000만 명이 심각한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봉사를 마치고 킬링필드에서 그 진실을 본다. 크메르 루즈의 잔혹함을 목격한다. 킬링필드의 위령탑은 폴 포트에 의해 학살된 300만 명의 억울한 혼령을 위로하고 있었다. 지식인들이 가장 먼저 죽어나갔다. 그러한 잔혹함 뒤에 미국의 지원을 받은 새로운 세력과의 내전이 멈추질 않았고,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굶거나 총알받이로 죽었다.

 
 
▲ 헨드릭스/ 블로거
다른 한 편에서는 제국주의적 고자세를 멈추지 않는 선진국과 곡물자본, 그리고 에너지 자본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곡물시장의 ‘균형가격’을 만들기 위해서, 하이브리드 연료를 개발하기 위해서 그들은 반군에 대한 지원도 멈추지 않았다. 혁명군과 반혁명군, 정부군과 반정부군은 뒤섞이고 거기에는 혁명의 숭고함은 없고 아이들의 굶주림만이 있다. 그 사이에서 아이들은 “완 딸라, 오빠 이뻐”를 외치며 뛰어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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