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2 15:47

“이병순 사장, 끝내 우리를 적으로 만들건가”


[현장] 빗속에 열린 전국언론노조 KBS 계약직지부 투쟁선포식

비는 계속 내렸지만 우비를 입고 피켓을 든 사람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사측의 ‘대량해고’에 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계약직지부를 결성한 KBS 연봉계약직 사원들은 12일 정오 여의도 본관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궂은 날씨 속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는 계약직지부 조합원들과 김상희 민주당 의원, 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 사회진보연대 관계자, 충남 홍성의 풀무학교 학생들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우비를 입은 참가자들은 KBS 본관 앞에서 사측의 연봉계약직 해고와 자회사 전적강요 중단 등을 촉구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계약직지부는 12일 오후 KBS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고 사측의 대량해고 중단을 촉구했다. ⓒPD저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공공부문이 앞장서 기획해고를 실시했는데 이중 KBS의 피해가 가장 크다”며 “공공기관이 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은 기가 막힌 노릇이다. KBS는 기획해고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희 의원은 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고한 단결과 해당 기관 정규직 노조와의 연대가 필요하다”면서 “KBS 계약직 지부는 기획해고 이후 가장 먼저 결성된 노조다. 시민사회단체, 야당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자”고 격려했다.

 
 
▲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인 KBS가 비정규직 '기획해고'에 앞장서는 것은 법 취지를 무색케 하는 기가 막힌 일"이라고 말했다. ⓒPD저널

KBS 계약직지부는 투쟁결의문을 통해 “KBS 경영진은 자신들의 실적을 내세우기 위해 그동안 착취해 온 기간제사원들을 부당해고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며 “원점에서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자회사 이관 대책에 대해 “해고를 협박수단으로 삼아 원치않는 전적의 강요를 서슴치 않으면서도 마치 구제를 위한 노력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며 “최근 불거진 KBS 미디어의 구조조정 문제와 ‘폭탄돌리기’라는 계열사 노조의 강한 반발은 그것이 얼마나 거짓된 술책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 계약직지부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철폐'의 염원을 담은 빨간 풍선을 날려보내고 있다. ⓒPD저널

“KBS인이라는 자긍심으로 일해 … 이병순 사장, 우릴 적으로 만들지 않길”

이날 집회에는 KBS 계약직지부 조합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창원총국 수신소의 한 비정규직 사원은 “사측의 회유와 협박에 의해 창원총국 수신소는 절반 이상이 자회사 전적에 동의했다”며 “정규직이라고 하지만 자회사의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하다. 자회사 전적은 결국 사측의 비용절감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KBS인이라는 자긍심으로 일해 왔다. 이병순 사장은 눈앞의 단기적 비용절감을 위해 KBS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보도본부 인터넷뉴스팀에서 7년간 근무했다는 한 여성 조합원은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버리는 KBS가 대한민국의 대표 방송사이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이런 회사와 싸우는 우리들이 대한민국의 대표다. KBS를 바꾸기 위해 끝까지 싸우자”고 말했다.

 
 
▲ 노동가수 박준 씨는 빗속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KBS 비정규직 사원들을 격려했다. 이날 투쟁선포식에는 충남 홍성에 위치한 대안학교 '풀무학교' 학생 10여명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PD저널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경. 아직 근무 중인 일부 조합원은 업무에 복귀했지만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미 계약이 해지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지난 7월 31일까지 KBS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비정규직 노동자 21명과 38명의 계약을 해지했다.

한편, KBS 이사회는 오늘(12일) 오후 4시 열리는 회의에서 업무이관을 위한 자회사 설립 의결 등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BS는 오는 9월 1일까지 자회사인 ‘KBS 미디어텍’을 설립해 관련 업무를 이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도영 기자 circus@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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