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19 16:50

곽덕훈 EBS 사장 ‘트로이의 목마’ 될까


독립성 날선 질문에 ‘두루뭉술’ 답변…편성에는 “자율권 보장”

EBS 노사는 1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도곡동 EBS 스페이스에서 곽덕훈 EBS 신임 사장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앞서 9시 30분에 취임식을 가진 곽 사장은 3층 회의실에서 제작본부장 등 부서장들로부터 부서별 현안 보고를 받은 후, 자리를 옮겨 직원들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곽덕훈 신임 사장은 “디지털 패러다임 시대, EBS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라는 제목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사장으로서의 경영방침을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쉬는 시간 10분을 제외하곤, 5시간 연속으로 진행될 정도로 열기가 가득했다.

■ EBS 독립성 수호의지는? = EBS 사원들은 EBS의 독립성과 전문성, 편성의 자율성을 비롯한 향후 EBS의 발전 방향에 대해 날선 질문들을 쏟아냈다. 곽 사장은 대체로 자신감 있게 답변을 내놓았으나, EBS의 독립성 방안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하게 답변, 구성원들의 따끔한 질책을 받았다.

시발점은 지난 8월 2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내놓은 ‘KBS 그룹’ 발언이었다. EBS 사원들은 “현 정부가 방송공사법을 통해 EBS-KBS 통합을 기도하고 있다”며 곽 사장에게 EBS 독립성과 관련한 공동 선언문 낭독을 부탁했다. 선언문에는 EBS 노사가 △독립성·전문성 침해 시 공동성명서 발표, 여론조사 실시 등 공동 대응 △TV수신료 배분방식 시정 노력 등이 포함됐다.

 
 
▲ 곽덕훈 EBS 사장이 19일 서울 도곡동 EBS 스페이스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EBS
그러나 곽 사장은 “정책기획센터에서 여러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 발전 방안을 모색하자. 전략적으로 접근하도록 여지를 남겨달라”며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자 방청석에서 “왜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냐”며 한 때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어 “KBS 그룹론을 주장하는 방송통신위원장 주장에 반대하겠냐”라는 질문에 곽 사장은 “독립적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글로벌 관점에서 키워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반대 입장에 서는 것이 이로운지 (모르겠다)”고 언급, 참석자들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자 곽 사장은 “현재 우리(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는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돼 있다. 여러분의 의지를 바탕으로 함께할 각오는 돼 있다”며 “오늘 취임하는 나에게 무엇을 읽어라, 어떻게 해라 하는 것은 나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 현재 법에 대한 입장은 지키겠다”면서 입장을 정리했다.

■ “지상파 다큐, 교육 연계 시너지 효과” = EBS가 지난 2008년부터 고품격 다큐멘터리들을 집중적으로 편성, 대내외 호평을 받은 점에 대한 질의도 쏟아졌다. 한 조합원은 “과거에 비해 시청률이 약 3배 상승했고, 수상 실적 역시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에 대한 사장의 평가를 요구했다.

곽 사장은 “지상파의 다큐멘터리가 교육과 연계된다면 굉장한 시너지 낼 수 있다고 본다”면서 “<한반도의 공룡>이 얼마나 좋나. 그런 프로그램이 교과 과정과 연결되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작진도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 교과과정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교육기관의 스페셜리스트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EBS 사장과의 대화에 참석한 EBS 사원들 ⓒEBS
이밖에도 방통위가 이번 EBS 사장 선임당시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 1차 공모 시 일부 후보가 EBS의 교양 및 다큐 대폭 축소 발언을 한 것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곽 사장은 “EBS사장이 사교육비 줄이겠다 해서 줄여지는 세상이 아니다. 지금 EBS는 수능채널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본다”고 답한 뒤 “편성에 사장이 ‘이래라 저래라’하면 안된다고 본다.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다큐 지적재산화에 많은 관심 = 곽 사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EBS 사장 면접당시 사용했던 자료를 그대로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곽 사장은 EBS 발전방향에 대해 △EBS 보유자료의 지적재산권화 및 오픈마켓플레이스를 통한 마케팅 추진(예: 디스커버리 채널, 영국의 ITN, BBC) △다큐멘터리 자료의 국제표준 기반의 Clip Bank 구축 및 공교육과의 연계 강화 △EBS의 제반 물적 자원에 대한 Green 환경 구축(Green office, Green Studio, Green Service 구현) 등을 제시했다.

한편 EBS 노조는 이날 오후 5시 곽덕훈 EBS 사장에 대한 승인 여부를 표결에 부쳐 부결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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