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5 16:29

노 전 대통령 서거, 6월 언론법 국회에도 영향


한나라, 참여정부 언론개혁 남은 성과 무너트릴까…여론 향방에 촉각

임기 내내 보수신문과의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언론관계법을 둘러싼 여야 격돌이 예정된 6월 임시국회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부 보수언론 중심의 언론구도를 타파하고 작은 언론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마련한 신문법 등 언론관계법의 개정을 현재의 정부 여당이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임시국회 1주일 순연하지만= 내달 1일로 예정됐던 6월 임시국회 개회는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는 뜻에서 일주일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관장 회의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의장은 또 이달 29일 예정돼 있던 국회 제61주년 개원 기념식도 전면 취소했으며, 6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 개회 시 전 국회의원 추모 묵념과 함께 본회의장 전광판을 통해 고 노 전 대통령이 16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당시의 영상을 방영키로 했다. 그밖에도 의사당 건물에 노 전 대통령의 명목을 비는 근조 현수막을 게시할 계획이다.

6월 임시국회 개회가 1주일 연기된 것에 대해선 한나라당도 이견이 없지만, 언론관계법 처리 문제와 관련해선 ‘진퇴양난’의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수 신임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은 지난 3월 2일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한 ‘언론관계법 6월 표결처리’ 합의를 앞세우며 ‘원칙의 존중’을 주장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민주당의 반대를 마냥 돌파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개정하려고 하는 현행 언론관계법은 참여정부가 이른바 조·중·동 중심의 언론구도를 개혁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참여정부 언론개혁 성과 무너지나=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가판신문 구독금지와 개방형 브리핑 제도를 도입했고, 2005년 1월 신문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사실상 보수신문에 유리하게끔 마련된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제어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6년 6월 29일 헌법재판소가 신문법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 관련 조항과 일간신문끼리의 복수소유 금지 조항에 대해서만 각각 위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뿐 △편집인의 편집자율 보장 의무 △경영자료 신고·검증·공개 △편집위원회·신문발전위원회 설치 △신문발전기금 설치와 조성·기금 관리 운용 △신문유통원 등의 기본권 침해 등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한 것도 이 같은 취지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문유통원을 설치하고 신문발전기금, 지역신문발전기금 등을 마련한 것은 소수 언론의 존립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었다는 평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발표한 논평에서 “언론개혁에 기여한 대통령”, “수구족벌신문과 싸운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던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언론관계법 개정안은 참여정부 언론개혁의 성과를 일거에 무너트리려 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은 한국언론재단과 신문발전위원회의 통합, 한국언론진흥재단이라는 법정기구를 출현토록 하고, 지역신문을 돕는 기능을 했던 신문유통원을 재단의 산하기구로 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신문발전기금을 폐지, 언론진흥기금을 설치토록 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지역 등 소수언론에 대한 지원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다.

또한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안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및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에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보도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제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비용은 연간 약 2000~3000억 원으로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혹은 이들과 결합한 일부 보수신문들만이 사실상 방송에 진출하는 게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2일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인천공청회 당시 공술인으로 출석한 김보협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지부장은 “삼성 X파일, 비자금 사건 등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한겨레> 같은 매체와 재벌 자본이 손을 잡고 방송 진출을 하겠냐”며 “한나라당이 제출한 신문·방송법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조·중·동에는 축복이, 중소 규모 언론사에겐 재앙이 닥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여당, 언론법 개정 ‘진퇴양난’= 한나라당 입장에선 언론관계법의 6월 처리를 마냥 주장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미 언론관계법 개정에 반대하며 ‘강경’ 방침을 선언한 데다, 언론개혁을 강조하다 재임기간 내내 일부 언론에 의해 집중 포화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사건’과 관련해 언론의 공세를 받다 서거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면 돌파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5일 김형오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끝난 후 민주당과 의사일정을 합의한 다음,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대화와 타협으로 (임시국회를) 끌어가겠다”고 밝힌 데서도 이 같은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언론관계법 개정 등은 이미 여야 합의에 따라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사안인 만큼 법안 처리를 유보할 명분이 없으며, 일련의 법안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해야만 이명박 정부의 집권 2년차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국민장이 끝날 때까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이후 여론의 향방을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는 애도 기간이 끝난 후 정면 돌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이자 민주당 부대표인 최문순 의원은 “아직 원내 지도부 간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을 갖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드러나지 않았나. 산업논리 등을 앞세워 함부로 언론구조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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