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9 16:12

방송 ‘공정성’ 심의, 위헌 논란

정치 잣대로 방송제작자 양심 칼질…19조(양심의 자유)·21조(언론의 자유) 위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 이하 방통심의위)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논란을 보도한 MBC <PD수첩>이 공정성·객관성과 관련한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의할 계획인 가운데, 방통심의위의 방송 공정성 심의가 위헌이란 지적이 언론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 안에서도 일체의 공정성 심의가 위헌이라는 주장부터 기준과 주체에 따라 위헌 여부가 결정된다는 의견까지 각론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정파에 따라 심의위원들이 안배된 현재의 방통심의위가 현재의 방송심의 규정에 의거해 방송의 공정성 심의를 하는 것은 위헌이란 주장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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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정성 심의’ 불신케 하는 6대 3 구조= 현재 방통심의위는 <PD수첩> 보도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다룰 때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했는지(제9조 공정성),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해 시청자를 혼동하게 했는지(제14조 객관성) 여부를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방송 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하겠다는 방통심의위의 구조 자체가 공정한 심의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방통심의위는 대통령·국회의장·국회 상임위가 3명씩 추천한 9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로, 방통심의위원의 여야 추천 비율은 6대 3이다. 문제는 여야 추천으로 선임된 이들 방통심의위원들이 정치적 이해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점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6대 3 구조 아래에서 모든 공정성은 6의 입맛에 맞아야만 공정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공정성을 평가하는 일 자체가 결국 정파에 따른 편향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결국 공정성이란 개념 자체는 성립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방통심의위가 지난 1일 ‘조·중·동 광고주 압박’ 게시글에 대한 삭제 결정을 내렸을 당시 이에 대한 위원들의 찬반은 정확히 6대 3이었다. 방통심의위 체제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결정이라는 지적이 언론계는 물론 방통심의위 내부에서도 나올 정도였다.

그밖에도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보도교양심의위원회는 MBC <PD수첩> ‘송두율과 국가보안법’ 편(2004년)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통하는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 인터뷰(2006년) 등에 대해 한나라당이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심의에 착수, 각각 ‘일반권고’와 ‘혐의없음’ 결론을 내려 언론계 안팎으로부터 ‘정치권 눈치보기’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양 총장은 “방통심의위의 법적 지위가 민간 심의기구로 돼있긴 하지만 재원을 국가예산 그리고 준조세에 해당하는 방송발전기금으로부터 조달하며, 국가 권력기관인 국회 등에서 위원들을 지명하는 만큼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런 국가기관에서 방송 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제21조 1항)와 검열금지(제21조 2항)를 위반하는 일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윤성옥 방송협회 연구위원도 “개인적으로 방송 공정성 심의 자체를 위헌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현재의 방통심의위 구조 아래선 공정성과 관련한 어떤 심의 결과를 내도 (방송사들이)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양 총장과 윤 위원은 민간 기구에 의한 공정성 심의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와 ‘구체적인 기준’ 등을 전제로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 방송협회(NAB)와 일본 방송윤리 프로그램향상 기구(BPO) 등 민간기구에서 공정성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사례를 언급하며 “권력기관이 언론자유를 훼손하는 성격이 아닌, 방송의 질을 고양시키기 위한 심의기관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정성은 윤리의 문제, 심의가 아닌 토론의 대상= 그러나 최영묵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심의의 주체를 떠나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공정성은 윤리의 문제로 프로그램을 제작·보도하는 방송인들이 내면화해야 할 가치 기준”이라면서 “방송인들이 자신의 양심에 근거해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성과 관련한 논란이 생긴다면 이는 토론을 해야 할 문제이지 심의의 대상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행 방송심의규정은 공정성을 심의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공정성 심의를 위한 기준을 만드는 일 자체가 또 하나의 주관적 기준을 만드는 것일 뿐”이라면서 “어떤 기준으로 심의를 하든지 헌법이 규정한 양심의 자유(제19조)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일체의 방송에 대해 정부가 직접규제를 하지 않는 일본과 공영방송인 BBC의 보도 영역은 제외한 채 심의를 하는 영국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규정들을 완화하는 게 세계적 추세인데, 이명박 정부는 모든 부분에 대해 규제완화를 말하는 반면 정작 방송과 관련해선 ‘박통식’ 규제를 하려 한다”면서 “언론에 대한 탄압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상혁 변호사(법무법인 정세)는 공정성이란 개념에 대한 구체적 기준의 마련을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방송심의라는 것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인 만큼 최소한도로 이뤄져야 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자의적 개념인 공정성이란 심의기준이 심사기준으로 활용되면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공정성 심의가 위헌 논란에서 자유로우려면 ‘공정성’이란 개념의 구체적 기준에 대해 합의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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