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3 16:45

엄기영 “김우룡, 부도덕한 인물…완전 속았다”

최문순 의원 통화내용 전해…김우룡, 국회 업무보고 ‘위증’ 논란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자신의 사퇴 이후 MBC가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것과 관련해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의 책임을 지적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방문진 업무보고가 진행된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하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엄기영 사장과 조금 전에 통화했다”며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엄 사장은 김 이사장에 대해 “김우룡 이사장은 매우 부도덕한 인물이다. 그래도 방송 출신이고 MBC 선배라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완전 속았다”고 말했다. 엄 사장 사퇴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MBC 이사 선임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우룡 “엄기영 사장에게 사과할 이유 없다”

최 의원은 엄 사장과의 이 같은 통화내용을 전하면서 “김 이사장은 인사 권력으로 방송에 대한 테러를 자행했고 MBC를 풍비박산으로 만들었다. MBC의 정치적 독립을 지켜야 할 분이 존립 근거를 배신하고 정치 하수인으로 전락시켰다. 김 이사장은 이사장 자격을 상실했고, 방문진의 위상 또한 형편없이 실추시켰다. 이 사태에 대한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방송사의 큰 수치다. 김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 엄기영 MBC 사장이 지난 8일 사퇴를 선언하며 기자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PD저널
또 “김 이사장이 지난해 8월 (이사장) 취임 직후부터 엄기영 사장을 해임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이 지난 6개월 동안의 속기록에 자세히 나와 있다. 모욕과 인신공격, 겁박, 편성개입, 노사관계 개입 등 도저히 견딜 수 없게 하며, 몰아낸 게 아니라 스스로 물러난 것처럼 (상황을) 유도했다. 엄 사장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 굴욕감, 모욕감에 같이 분노를 느낀다”며 엄 사장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사과할 이유는 없다. 저 역시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관련한 신념은 변함없다. 좋은 MBC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일한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엄 사장의 사퇴에 대해서도 “엄 사장 본인이 제시한 MBC이노베이션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감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우룡 이사장 국회 ‘거짓’ 발언?…민주 “위증” v.s 문방위원장 “국감 아니니 위증 아냐”

이날 회의에선 김 이사장 발언의 진위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엄 사장 사퇴의 결정적 계기가 된 MBC 이사 선임 문제와 관련해 당초 엄 사장과 김 이사장은 보도이사에 권재홍 기자를, 제작이사에 안우정 예능국장을 임명키로 합의했으나, 김 이사장이 갑자기 이를 뒤집고 황희만 울산 MBC 사장과 윤혁 시사교양국 부국장을 각각 보도이사와 제작이사에 임명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 의원은 “당초 권재홍 기사를 보도이사로 합의하지 않았나. 권재홍 기자와 안우정 국장에게 이사회 출석까지 통보하지 않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저는 (통보를) 한 일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최 의원이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을 불러 “엄 사장이 (이사회 전) 두 사람을 만나 열심히 할 테니 잘해 보자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안다. 방문진에서도 오후 4시까지 이들에게 출석하라고 했다. 아닌가”라고 거듭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최 사무처장은 “전화한 일은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이 “왜 거짓말을 하냐”며 따지자 김 이사장은 “통보가 확정은 아니다. (전화도) 제가 한 게 아니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사무처장이 혼자 (전화를) 했냐”며 최 사무처장에게 “사무처는 이사장의 지시를 받았나. 받지 않았나”라고 물었고, 최 사무처장은 “이사장의 뜻을 받고 (통보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 최 의원은 고흥길 위원장에게 “방문진 이사장이 위증을 하고 있다. 위증을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 MBC 사장 출신의 최문순 민주당 의원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최 의원이 “MBC를 망친 사람과 왜 악수를 하냐”며 거부하고 있다. ⓒ최문순 의원 블로그

김 이사장은 권재홍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에 보도이사를 하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제가 통화를 한 게 아니라, 이사 중 한 분이 했다”며 관련 보도가 잘못됐음을 주장했다.

이에 최 의원은 “정확히 말하겠다. 김 이사장이 권재홍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를 해줘야 하는데 걸리는 게 많다. 이번에 이사를 안 해도 되지 않나’라고 말했고, 권 기자가 ‘내가 언제 이사를 하겠다고 했나. 자신들이 하라고 하고, 당혹스럽다. 걸림돌이 된다면 안 하겠다’며 화를 냈다. 김 이사장은 이 통화를 이유로 보도이사 합의를 취소했다. 직접 전화를 했나, 안 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이사장은 “(권 기자와는) 통화를 했다. 제가 통화하지 않았다고 한 것은 엄 사장이다. 엄 사장과의 의견 조율 과정에 이사 한 분이 왔다갔다 했다”고 해명했다.

김 이사장의 오락가락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은 문방위원장을 향해 위증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나 고흥길 위원장은 “오늘 회의는 업무보고 청취다. 국정감사나 청문회처럼 증인선서가 있어야 위증이 성립된다. 지금 얘기가 위증이라는 건 정확한 법률 용어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한선교 “13년 MBC 앵커이며 유명하다고 사장 수명 연장이 말이 되나”

MBC 아나운서 출신의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MBC노조가 새사장 선임과 관련해 총파업을 결의한 것을 두고 “정권이 떨어트린 낙하산 사장이 MBC 공정방송의 의지를 저해하면 저항하는 게 옳은 일”이라면서도 “단, 전제가 필요하다. MBC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 구성원들 스스로가 공정방송의 의지가 있는지 다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엄기영 사장을 포함한 본부장 전원의 사표를 (방문진이) 받은 뒤 4명만 수리를 했다. 문제가 있어서 그만두게 했다고 보는데, 그 모든 책임은 엄 사장에게 있는 게 아닌가. 왜 엄 사장만 살아났나. 당시 MBC노조를 비롯한 후배들이 어떻게 봤냐면 ‘엄 사장이 자신이 살기 위해 후배 4명을 죽였다’고 했다. 엄 사장은 그런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엄 사장은 13년 동안 MBC의 앵커를 지냈고 전국 지명도도 높은 인물이기에 기회를 한 번 더 주자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잘못했으면 그만 둬야지, MBC 앵커 13년을 하고 전국적 지명도가 높다는 게 어떻게 사장직 연장의 조건이 될 수 있냐”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김우룡 이사장은 MBC 사장 출신의 최 의원에게 악수를 청했으나 최 의원은 “MBC를 망친 사람가 내가 왜 악수를 하냐”며 이를 거부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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