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2 09:57

캔디렐라 아줌마는 이제 그만!


[방송따져보기]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현재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에는 술도가의 후계자(KBS2 〈신데렐라 언니〉), 신세대 여검사 (SBS 〈검사 프린세스〉), 가구 디자이너(MBC 〈개인의 취향〉), 구한말 부인과 여의사(SBS〈제중원〉) 등 쟁쟁한 전문직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직 여성들 틈에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이혼녀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SBS 월화 드라마 〈오 마이 레이디〉(이하 오마레)와 주말드라마 〈이웃집 웬수〉(이하 이웬수)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편의 드라마는 현대 미혼 여성의 연애와 일을 주제로 한 드라마들 속에서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으로 다른 드라마와 차별성을 보여준다.

 
 
▲ SBS 월화 드라마 〈오 마이 레이디〉

월화 드라마인 〈오마레〉는 서른다섯 살의 이혼녀인 윤개화(채림 분)가 우연히 톱스타 성민우(최시원분)의 숨겨진 딸을 키우는 조건으로 비밀 동거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주말 드라마인 〈이웬수〉는 이혼한 후 남편(손현주 분)이 딸을 되찾기 위해 옆집으로 이사하면서 벌어지는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이렇듯 이야기의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두 드라마의 주인공의 모습은 너무도 닮아있다. 우선 〈오마레〉와 〈이웬수〉의 주인공은 둘 다 서른다섯의 이혼녀이다. 이 둘은 공교롭게 딸이 하나씩 있으며, 능력도 없고 가진 것도 하나 없지만 딸만은 잘 키워보겠다는 일념으로 우유배달(이웬수), 가사도우미(오마레) 등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두 주인공 아줌마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딸을 위해 참고 또 참는다. 그리고 당연한 공식처럼 이 둘 앞에 처음에는 까칠하게 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을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백마 탄 왕자인 연하남 성민우(〈오마레〉)와 장건희(〈이웬수〉)가 나타난다.

 
 
▲ SBS 주말드라마 〈이웃집 웬수〉

그동안 드라마는 젊은 여성을 ‘캔디렐라’로 그리면서 수많은 판타지를 생산해 냈다. 그러다가 〈두번째 프러포즈〉(KBS2, 2004)의 성공을 계기로 〈여왕의 조건〉, 〈굳세어라 금순아〉,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등 캔디렐라 아줌마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는 주인공만 미혼여성에서 아줌마로 바뀌었을 뿐 여자 주인공이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신데렐라가 된다는 기본 줄거리는 거의 유사하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여성, 특히 이혼한 여성의 경우 남성의 도움 없이는 성공하지 못할까? 물론 현실에서는 이혼녀가 연하의 백마 탄 왕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이며 따라서 홀로서기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드라마의 경우에는 백마 탄 왕자의 도움 없이는 여성이 홀로서기를 할 수 없다. 이는 한편으로는 여성들에게 고단한 자신의 처지를 잊고 조금이나마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판타지를 심어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늘 남성에게 도움 받고 의존하는 수동적인 여성상을 확대 재생산 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천편일률적인 캔디렐라 아줌마를 다룬 드라마는 남성의존적인 왜곡된 이혼여성상을 창출하는 결과를 가져와 이혼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또 다른 편견을 갖게 한다. 지난해 높은 시청률을 올렸던 드라마 〈선덕여왕〉의 경우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리기가 어려운 사극에서 ‘미실’과 ‘덕만’이라는 당대 최고의 여성 정치인들을 그 어떤 드라마에서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내 시청자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호응은 그동안 우리 드라마의 인물들, 특히 여성들이 얼마나 스테레오타입화 되었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상큼한 미혼여성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혼 여성들의 이야기가 빛나기 위해서는 그 인물이 식상한 캔디렐라 아줌마가 아니라 우리 옆에 살아 숨 쉬는 아줌마로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선덕여왕〉의 교훈을 제작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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