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3 15:35

KBS새노조위원장 “KBS 정권홍보 시정이 가장 시급”

[인터뷰]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

지난 10일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에 당선된 엄경철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를 지낸 김인규 사장 취임 후 “(정권에 대한 홍보가) 더욱 노골적이고 직접적이 됐다”면서 “KBS 뉴스의 편향성과 친정부적 프로그램 성향을 시정하는 것이 현재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엄 본부장은 “그 싸움을 하기 위해 새 노조에 법적 수단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새 노조의 틀이 갖춰진다면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 본부는 사측이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자 지난달 21일 법원에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로, 현재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 엄경철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99.8%라는 압도적 찬성률로 본부장에 당선됐다.

“선거란 형식을 통해 정식으로 추인 받고 나니 져야 될 책임,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포부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조합원들이 압도적으로 찬성해준 건 응집된 의지를 갖고 현재의 위기 국면을 잘 돌파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여러 현안 가운데 지금 KBS 본부가 집중해야 할 것은 뭐라고 보나.

“당장 나오고 있는 ‘편향성’에 대한 시정 문제가 가장 급하다. 뉴스의 편향성과 프로그램의 친정부적 홍보 성향을 어떻게 시정할 수 있을지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크다. 여권 인사 다수가 KBS 프로그램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단순히 개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실수가 아니다. 여권을 홍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부에서 언론 자율성이 완전히 무너졌다. 정치적 압력이나 정치권 의사에 굴복하는 시스템으로 퇴화하고 있는 것 같다.”

-이병순 전 사장 때도 그랬지만, 최근 KBS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이병순 전 사장보다 김인규 사장은 주저함이 훨씬 덜 한 것 같다. 지금 나타나는 현상은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이다. 적어도 여권 인사 다수가 KBS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은 이병순 전 사장 땐 없었다. 형식적으로라도 지키려했던 것이 김인규 사장 들어서 완전히 무너진 것 같다. 진정한 공영방송을 만들겠다, 중립을 지키겠다고 한 것이 말 뿐이라는 게 현실을 통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반성이나 시정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만들거나 책임자를 문책해 경종을 울리는 일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KBS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기본 마인드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동시에 사내의 의사 결정이 힘에 의해 일방적인 상명하달식으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잘못된 방향에 대해 제어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사내 비판 세력이 약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 노조가 좀 더 현실적 수단을 갖고 싸울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비판) 공간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KBS 신뢰 회복을 위해 새 노조가 내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새 노조에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기자와 PD가 다수 있고 구성원들의 의지는 강하지만 새 노조의 법적 지위 문제가 아직 분쟁 속에 있어 새 노조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과 우려가 있다. 구체적으로 당장 성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구심점이 있어야 KBS 구성원들에게 희망의 빛을 줘 건강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틀이 갖춰진다면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다.”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도 계속하는 건가.

“현재 여권 인사가 출연하는 프로그램과 뉴스의 편향성 문제는 결국 특보 사장의 근본적 한계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계속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사장 스스로 바꾸는 노력을 하도록 할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퇴진 운동은 어렵고, 사장의 결격 사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KBS가 건강하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반대 투쟁이다.”

-최근 ‘MBC 사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MBC 문제는 공영방송 제도의 근본적 붕괴냐, 아니냐의 기로다. 이미 KBS가 무너졌는데 MBC까지 무너지게 된다면 공영방송이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할 것이다. 공영방송 자체는 제도적 뒷받침만 된다면 가장 강력한 자율성, 독립성을 갖고 언론자유란 헌법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 지금 그게 무너지는 징후가 보이니 MBC 사태는 헌법적 가치의 붕괴나 마찬가지다. MBC마저 무너진다면 그건 한국 언론에 대한 사망선고다. MBC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연대해 나가겠다.”

-앞으로의 각오를 밝힌다면.

“새로운 노조이기 때문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얼마 전 트위터를 개설했다. 내부 구성원들과 가급적 민주적으로 소통할 생각이다. KBS의 주인이 국민이듯 KBS 노조의 주인도 국민이고 KBS 구성원이란 기본 전제를 깔고 해나가겠다. 그래야 소수지만 힘을 받을 수 있다. 내가 노조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함께 가볼 생각이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1 Comment 3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