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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4 16:09

올림픽 중계권 분쟁에 ‘시청자’는 없다


메인뉴스서 자사 입장만 앞세워…‘보편적 시청권’은 핑계일 뿐?

지난 13일(한국시각 기준) 개막한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중반을 넘어 후반부로 치닫고 있다. 대회 초반부터 우리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지만 한편에선 SBS의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를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뜨겁다. KBS와 MBC는 ‘상업방송’ SBS의 단독 중계로 인한 폐단과 취재 제한의 문제를 자사 메인뉴스에서 보도하고, SBS는 잇단 쾌거에 반색하면서도 쏟아지는 비판에는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들 방송사는 저마다 ‘보편적 시청권’ ‘채널 선택권’ 등을 내세워 단독 중계의 문제점과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사 이익에 따른 아전인수식 보도에서 정작 시청자의 존재는 소외되고 있다.

방송 3사, 자사 이해관계 따라 아전인수식 보도

KBS와 MBC는 올림픽 개막 사흘째였던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우리 선수의 메달 소식 등 올림픽 관련 보도를 메인뉴스에서 단신으로 처리해 왔다. 지난 14일 이정수 선수가 쇼트트랙 남자 1500미터에서 금메달을, 이승훈 선수가 스피트스케이팅 남자 5000미터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으나 스틸 사진, 외신 등을 이용해 짤막하게 단신으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그러다 지난 16일 모태범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500미터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자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가 일제히 톱뉴스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예상 밖의 쾌거에 SBS가 제공하는 올림픽 보도 영상 분량이 2분에서 5~7분으로 늘어나면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KBS와 MBC는 이후 이상화 선수의 금메달, 모태범 선수의 은메달 추가 획득과 같은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톱뉴스로 2~3꼭지씩 보도하고 있다. SBS의 단독 중계에 반발, ‘올림픽 보도를 포기하기로 했다’던 MBC로선 입장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 국내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이상화 선수(가운데). ⓒSBS
그러나 3사의 신경전이 끝난 것은 아니다. 개막 전부터 연속기획보도 등을 통해 SBS의 단독 중계를 강하게 비판해 온 KBS는 여전히 하루가 멀다 하고 메인뉴스를 통해 SBS를 질타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뉴스9〉는 지난 17일 “SBS가 타 지상파 방송국의 뉴스보도까지 제한하고 있”다며 “시청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뉴스, 충실한 뉴스를 볼 기회를 빼앗아가는 심각한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 18일엔 강원도 태백의 한 산간 마을을 찾아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을 아예 볼 수 없다”고 전하며 “인터넷 포탈에서는 SBS 독점 중계에 반대하는 청원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SBS의 홈페이지에도 미숙한 중계 운영을 비난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KBS는 SBS의 중계방송 문제도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15일 SBS의 일장기 표기 실수를 단신으로 보도한 KBS는 지난 17일에는 〈뉴스타임〉 ‘괴성·막말 중계 싫어도 볼 수밖에…’ 리포트를 통해 SBS의 괴성·막말 중계를 비판했다. 해당 리포트는 SBS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중계를 맡고 있는 제갈성렬 해설위원이 괴성을 지르고 감정에 취해 울먹이는 사례를 소개하며 “싫어도 다른 채널을 선택할 수없는 답답함은 시청자들의 몫”이라고 꼬집었다.

MBC 〈뉴스데스크〉도 지난 17일 “동계올림픽이 온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스포츠 축제인데도 정작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이 박탈되고 있다”면서 방송사의 공동 중계 중재 노력을 게을리 한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비판하기도 했다.

아전인수식 보도도 가관이다. KBS, MBC, SBS 등 3사는 지난 22일 국회 문방위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제기된 SBS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 논란을 메인뉴스에서 다루면서 철저하게 자사의 입장에 따라 의원들의 발언을 편집, 전형적인 ‘제 논에 물대기’식 보도 태도를 보였다.

KBS는 이날 〈뉴스9〉 ‘SBS 동계올림픽 질타’에서 “SBS의 동계올림픽 중계 독점이 국회에서 질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어진 리포트에서도 “SBS의 독점 중계는 방송 상업화의 폐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비판하며 “중재 역할을 제대로 못한 방통위 책임도 크다”며 책임을 물었다. MBC 〈뉴스데스크〉도 이날 ‘“독점중계 조사중”’이란 리포트에서 “SBS의 동계올림픽 중계권 독점 문제는 사실상 방송통신위원회 때문에 일어났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 스피드스케이팅 모태범 선수의 레이스 장면. 모 선수의 레이스 때 제갈성렬 해설위원의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SBS
반면 SBS 〈8뉴스〉는 같은 날 ‘“단독 중계 문제없다”’란 리포트에서 “여야 의원 상당수는 국민의 채널선택권이 늘어났다고 평가했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단독중계에 아무런 법적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같은 방통위 업무보고를 두고도 3사의 보도가 이렇게 상반되니, 시청자들로서는 어느 쪽을 신뢰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단독중계 한계 지적도…‘시청권 보장’과의 접점은?

SBS의 단독 중계에 대한 시청자와 누리꾼들의 의견 역시 엇갈리고 있다. 대체적으로 SBS의 단독 중계를 비판하거나 우려하는 목소리가 우세한 편이지만, 그동안 제기된 방송 3사 동시중계의 폐단을 지적하며 단독 중계를 옹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우선 많은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지점은 SBS가 금메달 예상 종목 등 특정 경기만을 생중계나 하이라이트로 집중 편성해 다양한 경기에 대한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SBS가 지난 16일부터 지상파의 중계방송 편성을 22시간가량 확대하며 봅슬레이, 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종목의 예·결선 경기를 편성하고 있지만,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종목의 경우 새벽이나 낮 시간대에 중계를 하거나 녹화 중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SBS 중계방송의 수준 문제도 제기됐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중계를 맡고 있는 제갈성렬 해설위원의 경우 ‘어록’까지 탄생시키며 화제를 모았지만, 깊이 있고 전문적인 해설보다 감정적인 중계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SBS는 제갈 위원이 모태범 선수의 레이스 때 ‘하나, 둘, 하나, 둘’이라며 구령을 외치는데 대해 논란이 일자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은 실제 빙상에서 코치가 선수를 연습시킬 때 사용하는 구령으로 빙상을 해본 사람들은 다 아는 구령”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기에만 급급했다.

 
 
▲ 이번 동계올림픽 중계를 통해 '어록'을 배출해낸 제갈성렬 해설위원(왼쪽). 그 옆은 김정일 캐스터. ⓒSBS
반면 SBS의 단독 중계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다. 3사가 공동으로 중계할 경우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특정 종목의 동시 중계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베이징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경우처럼 방송 3사가 같은 화면을 캐스터와 해설자만 바꿔 동시 중계함으로써 ‘시청권 박탈’이란 지적이 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누리꾼 정영희 씨는 “솔직히 삼사 모두 중계한다고 하더라도 3사가 나눠서 너는 쇼트트랙 중계하고 너는 스키점프 중계하고 너는 봅슬레이 중계하지 않는다”면서 “MBC, KBS의 반론 중에 국민들의 알권리 보장 때문이라는 말은 조금 의아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고은 기자 nowa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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