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0.02.24 김제동 “미래의 아내에게 감사” (2)
  2. 2009.12.01 버라이어티와 농촌, 그리고 소녀들
  3. 2009.11.26 글로컬 시대의 산물인 한국의 걸그룹
  4. 2009.11.05 한국의 걸그룹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
  5. 2009.11.04 SM과 동방신기에게 남은 8일 간의 시간
  6. 2009.09.15 [우석훈] 이명박 정부, 2기로 넘어가는가
  7. 2009.09.04 디지털전환, 소녀시대·김연아 홍보도 좋지만…
  8. 2009.08.13 여성가수의 음악을 둘러싼 편견들 (1)
  9. 2009.07.06 가요답지 않은 가요
  10. 2009.04.23 ‘일밤’ 구원투수 소녀시대, 공포영화에 도전!
  11. 2009.01.13 소녀시대 '신곡'에 대한 폄훼, 정당한가 (13)
2010.02.24 11:33

김제동 “미래의 아내에게 감사”

한국PD대상 시상식 이모저모

제22회 한국PD대상 시상식은 상을 주고받는 자리일 뿐 아니라 제작진, 출연자, 시청자들이 함께한 ‘축제의 장’이었다.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서 열린 올해 시상식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1주일만 늦었어도 못 왔어요.”

○… TV교양정보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MBC <불만제로> ‘정수기의 위험한 진실’ 편의 임남희 PD는 만삭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무대에 올랐다. “1주일만 늦었어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뗀 임 PD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한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 TV교양정보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MBC <불만제로>의 임남희PD. ⓒPD저널

아버지의 이름으로

○… “저희집 장식장에 있는 똑같은 트로피가 이제 더 이상 허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품상 TV지역부문 수상작 부산MBC <무전기 1.3.3.0.>의 제작진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채충현 PD는 “아버지가 5회 PD대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셨다”며 “개인적으로 뜻 깊은 수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 PD는 “제 자식이 받은 트로피도 옆에 놓였으면 좋겠다”며 3대 수상의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김제동 “미래의 아내에게 감사”

○… 출연자상 TV진행자부문을 수상한 방송인 김제동 씨는 유재석, 강호동 등 동료 연예인부터 지난해 하차한 KBS <스타골든벨> PD까지 여러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또 “어머니와 다섯 누나, 아홉 조카, 큰 조카가 나은 손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무엇보다 이 모두를 책임질 미래의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 TV진행자부문 출연자상을 수상한 방송인 김제동씨. ⓒPD저널

시상식에 나타난 ‘로봇’

○…·PD대상 시상식장에 로봇이 깜짝 등장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EBS <로봇파워>에 출연하는 로봇 . 실험정신상 수상결과를 들고나온 이 로봇은 유키스의 ‘만만하니’ 춤까지 선보이고 나서 소녀시대 효연에게 봉투를 전달했다.

우리가 진정한 만능 엔터테이너!

○… 출연자상 라디오진행자 부문을 수상한 ‘컬투’는 수상 후 곧바로 초대가수로 ‘돌변’해 무대를 달궜다. 소감을 마치고 들어가려는 컬투에게 진행자 손범수 아나운서는 ‘가수’ 컬투에게 노래를 권했고, 김태균은 “놀라시겠지만 저희도 10집 가수”라며 정찬우와 함께 <세상 참 맛있다>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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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09:44

버라이어티와 농촌, 그리고 소녀들

농촌은 예능의 오랜 무대다(어촌, 산촌 등을 총칭해 편의상 농촌 또는 시골이라 하자). 탁 트인 자연을 배경으로 하니 그림도 좋고, 도시에서 나고 자랐을 법한 스타들이 시골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밥 짓는 일부터 헤매는 모습이라니,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그래서 SBS 〈패밀리가 떴다〉는 시골을 찾고, KBS 〈1박2일〉도 종종 농촌체험에 나서며, MBC 〈무한도전〉은 직접 농사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농촌체험을 내세운 프로그램 하나가 추가됐다. KBS 〈청춘불패〉(기획 김호상)가 그것이다.

 
 
▲ KBS '청춘불패'의 출연진. 노주현, 남희석, 김신영, 김태우 등 'MC군단'과 걸그룹 멤버들로 구성된 'G7' ⓒKBS
‘아이돌, 신 귀농일기’라는 콘셉트의 〈청춘불패〉는 강원도 유치리 한 마을에 ‘아이돌촌’을 꾸려 출연자들이 직접 손으로 일구고 가꾸는 ‘자급자족’ 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버라이어티와의 차이라면 노주현, 남희석, 김신영, 김태우 등 ‘MC군단’을 제외한 출연진이 ‘걸그룹’ 멤버들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소녀시대의 유리와 써니를 시작으로 카라의 구하라,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 포미닛의 현아, 티아라의 효민, 시크릿의 선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걸그룹이 다 모였다. 무대 위에선 별처럼 화려하고 꽃처럼 아름다운 ‘그녀’들이 고쟁이를 입고, 무릎까지 장화를 올려 신은 채 콩밭을 매고 진흙탕에 뒹구는 모습이라니. 생각만 해도 흥미롭다.

지난달 23일 ‘걸그룹 숙소 습격’ 오프닝을 통해 ‘소녀’들의 민낯을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한 〈청춘불패〉는 지난 27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겹치기 편성 덕을 본 때문인지, 방송 6회 만에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캐릭터도 제법 자리를 잡았다. 뭐든지 하라는 대로 한다고 해서 ‘하라 구’라는 별명을 얻은 구하라, 나이 서른을 바라보는 맏언니 ‘성인돌’ 나르샤, 했다 하면 편집된다고 해서 ‘통편녀’라는 오명을 얻은 효민까지. 일부 억지스러운 감도 없지 않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의 생명과도 같은 캐릭터 구축에 신경을 쏟는 편이다.

소녀들은 ‘찰랑찰랑’, ‘밤이면 밤마다’ 같은 성인가요를 덩실덩실 춤과 함께 불러대고, 입으로 무를 갈거나 ‘엽기 뽀뽀뽀’를 부르며, 다리를 찢다가 뒤로 벌렁 넘어가기도 한다. 이들은 예상 외로 모든 일에 열심이고,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캡처가 되어 인터넷에 떠돌아다닐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망가짐의 대열에 합류한다.

제작진은 끊임없이 ‘유치리 대표 홍보대사 선발대회’, ‘미스메주선발대회’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주며, 그 안에서 기꺼이 망가지는 소녀들의 모습을 대견한 듯 바라본다. 그래서 시선이 가지만, 현재로선 그게 〈청춘불패〉가 보여줄 수 있는 전부라는 생각이다.

언제나 화기애애하고, 명랑한 소녀들은 자잘한 웃음을 꾸준히, 그리고 때로는 제법 큰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재미를 주지는 않는다. 마치 주인공만 일곱 명인, 고만고만한 에피소드식의 코미디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이를테면 〈패밀리가 떴다〉에서 이효리는 여성 출연자를 언제나 경계하고, 아침에 얼굴이 부은 정도로 ‘굴욕’을 당하기도 하지만, 〈청춘불패〉에서 소녀들은 일제히 망가지고 언제나 화목한 덕분에 그런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태우-유리의 다소 억지스런 ‘러브라인’도 마찬가지다.

결국 〈청춘불패〉에는 늘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얼굴에 진흙을 묻혀도 예쁜 소녀들만 있을 뿐이다. 그나마 무대 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군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는 ‘성인돌’ 나르샤가 소금 역할을 해주는 편이다.

 
 
▲ '청춘불패'에서 소녀들은 기꺼이 구르고 망가진다. ⓒKBS
가을의 끝자락에 시작한 〈청춘불패〉는 이제 농한기를 맞고 있다. 강원도 유치리 ‘아이돌촌’에도 겨울이 찾아오고, 김장까지 끝낸 ‘G7’의 일감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G7’은 이제 그 많은 시간은 무엇을 하며 보낼까. ‘농촌체험’을 하자니 시기가 애매하고, 망가지고 대결하기를 반복하자니 ‘7걸 일촌 운동’이란 기획의도가 생뚱맞다.

결국 〈청춘불패〉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걸그룹 멤버들의 ‘자급자족’ 생활보다 그저 소녀들이 농촌을 무대로 해맑게 웃고 망가지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이제 6회까지 방송됐을 뿐이니, 섣부른 판단은 무리다. 지상파 방송의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부분 남성들에 의해 ‘장악’된 가운데, ‘소녀’들을 내세운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하지만 〈청춘불패〉가 그저 소녀들이 예쁜 그림과 ‘착한’ 에피소드만을 만들어내는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특색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로 자리 잡기 위해선 그녀들의 관계, 그리고 그 이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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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11:32

글로컬 시대의 산물인 한국의 걸그룹


[연재기획(7)] 여성 대중음악 뮤지션을 말한다


<여성 대중음악뮤지션을 말한다> 연재기획 순서

1. 여성가수의 음악을 둘러싼 편견들
2. 섹시 댄싱퀸의 존재론 (1): 김추자에서 손담비까지
3. 섹시 댄싱퀸의 존재론 (2): 김추자에서 손담비까지
4. 중성 혹은 남성형 캐릭터들: 피터팬과 톰보이 사이에서
5. 종교와 신화 사이에서 : 주술자, 사제, 여신
6. 다양한 유형을 한 자리에: 여성 그룹 (1)
7. 새로운 세대, 새로운 여성 그룹 (2)
8. 전기기타를 든 여자들
9.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계보학
10. 홍대 앞 여성 뮤지션
11.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들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라이벌 경쟁이 도래한 2007년 무렵, 한국 걸그룹의 제2기가 시작됐고, 올해 그 정점에 도달했다고들 한다. 이렇게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걸/보이 아이돌의 지형은, 미국이나 일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이를 두고 토착화의 좋은 증거이자 ‘글로컬’ 시대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걸그룹(을 비롯한 아이돌)의 음악은 한계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수많은 괄호와 빈칸은 조금씩 채워지며 진화하는 중이다.

댄스음악의 진화, 걸그룹의 차별화된 포지셔닝

최근 걸그룹 현상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소모적으로 반복되던 재생산 양상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걸그룹을 포함한 소녀 아이돌들은 몇몇 정형화된 소녀 이미지의 단순복제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순수와 섹시, 소녀와 요부 사이를 반복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대개 전자에서 후자로 변해갔다. 팬덤도 한정적이었다. 이런 전형이 사라졌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보다 공고해졌다. 다만, 소녀 그룹들이 조금씩 다른 지향을 드러내고, 다양화된 소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이들은 소년, 나아가 ‘삼촌’에게 유효한 판타지의 대상이다. ‘삼촌팬’의 대명사 ‘소덕후’를 몰고다니는 소녀시대는 단정하고 신비로운 소녀상을 구축하고, 카라는 귀엽고 친근한 ‘옆집 소녀’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선보인다. 소녀시대는 통일된 유니폼과 군무로 일사분란한 무대를 연출하고, 카라는 보편적이고도 다가가기 쉬운 느낌의 춤과 노래로 대중성을 낙점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팬덤의 층위 분화이다.

 
 
▲ 소녀시대, 2NE1, 애프터스쿨, 포미닛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올해 가장 주목받으며 ‘진화형 아이돌’로 군림한 2NE1의 경우,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이미지를 구축한 덕에 여자 팬들이 많다. 3집을 통해 나이 어린 걸그룹 대열에 낀 브라운아이드걸스는 20대 중후반의 고연령(?) ‘걸’그룹인데, 지금까지 포괄하게 된 다양한 음악을 통해 폭넓은 성별과 연령의 팬층을 확보했다. 원더걸스가 1960년대 미국의 걸그룹 코스튬을 재현하며 미국 진출을 모색했고 애프터스쿨은 ‘한국의 푸시캣돌스’를 표방하며 섹시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소녀시대는 SES의 계보를 잇고, 카라는 핑클의 후예로 보인다. 누군가는 포미닛과 2NE1, 애프터스쿨 등에게서 베이비복스나 디바의 그림자를 연상할지도 모른다.

음악적 스펙트럼도 다단히 분화한다. 포미닛의 〈핫이슈〉는 ‘캔디펑크’ 스타일이라 호명되었고, 브아걸은 일렉트로닉 댄스 팝을 통해 변신을 꾀했다. 2NE1이 알앤비나 힙합을 기반으로 한다면, 소녀시대의 경우 유로댄스 버전의 곡들이 인상적이다. 이는 각기 다른 접근법 때문이기도 한데, SM이 아예 유럽 등지의 판권을 사서 한국에 맞게 ‘현지화’했다면, YG는 소속 가수를 창작자로 ‘키워’ 자생한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는 유럽 작곡팀의 곡이다. 레개풍을 첨가한 알앤비 팝 〈I Don't Care〉, 반복적인 힙합 스타일의 신시사이저 연주에 인도풍 랩이 혼합된 〈Fire〉 등 2NE1의 음악은, YG의 일등공신이 된 테디의 곡이다.

물론 유행 따라 음악이 엇비슷해지는 일은 여전히 비판의 대상이다. 한동안 디스코 리듬, 원색적인 패션 등 복고적인 스타일이 지배했다면, 이후에는 어쩌면 전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는 ‘미래주의적’이고 인공적인 방향으로 선회한다. 단조롭게 반복되는 비트와 ‘오토튠’으로 변조된 인공적인 목소리에 의해 청각화 되고, 검은색 의상과 금속 장신구 등의 치장을 통해 시각화된다.

강렬하고 단조로운 디스코풍 리듬에 건조한 보컬이 교차하는 브아걸의 〈Abracadabra〉, 반복적인 선율과 가사에 변조된 보컬이 실리는 손담비와 애프터스쿨의 〈아몰레드〉 등은 몽환적이면서 선정적이다. 그러니까 유행 속에 어떻게 차별화하는가가 중요해진다. 이점에서 브아걸이나 카라가 변화하는 모습은 현재 한국 걸그룹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기존의 “R&B와 힙합이 접목된 하이브리드 소울” 대신 브라운아이드걸스의 3집은 일렉트로닉 팝 음악을 통해 ‘음악성’을 부각시킨다. 카라의 2집도 신스팝이나 일렉트로닉 음악을 도입했다. 흔히 ‘여성성’으로만 향하는 단조로운 시선을 음악의 변화를 통해 탈피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고도화되고 정교해진 기획적 산물

아이돌 음악은 태생적으로 대형기획사에 의해 주도되는 ‘기획 시스템의 산물’이다(그래서 비판의 여지도 많다). 1990년대 후반 SM엔터테인먼트와 DSP엔터테인먼트의 양분구도에서, 이후 걸그룹 대열에 뛰어든 JYP엔터테인먼트, 남녀 아이돌그룹을 모두 블루칩으로 부상시킨 YG엔터테인먼트와, 기존의 SM엔터테인먼트의 3강구도로 재편되었다.

이외에 DSP엔터테인먼트, 내가네트워크, 플레디스, 큐브엔터테인먼트 등의 소속 걸그룹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과거와는 연속적이며, 타사와는 분절적이다. 가령 SM이 모범적인 ‘착한 소녀’ 이미지의 재생산에 주력해온 반면, YG는 분방하고 자유로운 ‘배드 걸’ 이미지를 대변한다. 모범적 아이돌과, 반항적 아이돌의 대립이라고나 할까. DSP미디어에서 공고히 해왔던, 핑클과 카라처럼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도 이어지고 있다.

 
 
▲ Mnet <2NE1 TV> ⓒMnet
여기서 인터넷과 케이블TV의 존재가 중요해 보인다. 케이블 TV에서 방송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고된 ‘연습생’ 시절과 데뷔과정, 생활의 면면까지 다양하고도 속속들이 노출한다. 예컨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데뷔과정이 흥미롭다. 원더걸스의 경우 TV오디션 프로그램과 케이블 리얼리티 쇼에서 선발된 ‘연습생’들의 ‘갖은 노력 끝에 태어난 그룹’이라는 신화를 만든다. 반면, 소녀시대는 신비한 ‘신데렐라’ 이미지가 강한데, 케이블 TV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직전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취했다. 특히 YG의 경우 엠넷의 ‘2NE1 TV’를 통해 정서적 공감대를 높이며 주목받았다.

걸그룹들의 활동방식은 어떤가. 소녀시대는 많은 멤버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짝을 지어 TV 드라마, 광고,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인기를 높여갔다. 원더걸스의 경우는 UCC 동영상을 통해 전국적 인기를 획득(하는 전략을 취)했다. 한편, (예전에 언급한 바대로) 휴대폰 광고음악이 자체로 입지를 굳혀 음원시장에서 각광받았는데, 대기업 캠페인송이 걸그룹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루어진 점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기획사의 벽(?)을 넘어 ‘G4’가 협업하여 함께 노래를 부르고, ‘G7’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결’을 하는데, 이는 결국 자신들과 ‘소속사’를 위한 일이다. 그러니까 TV 노출 기회를 확대하거나 광고 효과를 노리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회합일 뿐이기 때문이다.

소거하면서 생성되는 존재들

요즘 걸그룹들의 노래에 빠지지 않는 주제는 자신에 대한 당당함이다. 이는 예쁜 얼굴, 잘 빠진 몸매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자기애는 확고한 자존의 태도와 맞물리게 된다. “너무 예쁜 나”(원더걸스 〈So Hot〉)는 “누구보다 더 퍼스트 레이디”(포미닛의 〈Hot Issue〉)이다. 때문에 실연의 상처로 울지도 않고, 사랑에 매달리지도 않을 것이라 호기롭게 공언한다(2NE1 〈Fire〉과 〈I Don't Care〉, 애프터스쿨 〈나쁜놈〉 등).

다른 소녀들을 선동하는 사례는 보다 주목적이다. 특히 2NE1은 지금까지의 걸그룹과 달리, 예쁘지 않은 외모, 반항기와 자유분방함을 드러내며 “내숭 떨지 말라”고 충고한다(〈Fire〉). 포미닛의 경우도 “내 스타일 따라해”보라고, 애프터스쿨은 “오늘밤은 여자들만의 반란”(〈Play Girlz〉)의 날이라고 선언한다.

그런데 자유분방한 의식과 ‘쿨한’ 스타일은 외국 출신 멤버들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교포’나 ‘외국인’ 멤버는 이상하지 않을뿐더러 이상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현실계와 달리 음악계에 무/다국적성은 암암리에 용인/권장된다. 카라의 니콜, 소녀시대의 티파니, 제시카 등은 미국 국적 소지자이고, 필리핀 출신 산다라박은 〈인간극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나아가 F(x)의 엠버와 빅토리아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 걸그룹 f(x) 멤버. (왼쪽부터) 루나, 크리스탈, 설리, 엠버, 빅토리아 ⓒSM엔터테인먼트
음악(인)의 국적은 하나의 상징이다. 자본과 기획도 ‘일국적’이지 않고 ‘다국적’이다. 외국 판권의 공식 구매에 의해서든, 국내 작곡가들에 의해 주조되든 그 산물은 ‘한국 가요’라기보다 ‘글로벌 팝’을 향한다. 원더걸스와 JYP엔터테인먼트가 시도하고 있는 미국을 향한 시선도, 흔히 발생하는 ‘표절’시비조차도 진위여부를 떠나 현재 한국의 걸/보이 아이돌 음악의 실체를 반증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외국적이지도, 한국적이도 않은 이 이상한 이국성이야말로 걸그룹, 나아가 한국 대중음악의 정체성인지도 모른다. 한국 아이돌 음악은 성별, 시공간, 국적에 이르기까지 ‘한국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부단히 지우고 없애지 않던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소거되면서 생성되는 그 무언가가 지금, 새로운 여성성, 한국적인 것들의 행로를 드러내지 않는가.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 soundscap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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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5 11:47

한국의 걸그룹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


[연재기획(6)] 여성 대중음악 뮤지션을 말한다

<여성 대중음악뮤지션을 말한다> 연재기획 순서

1. 여성가수의 음악을 둘러싼 편견들
2. 섹시 댄싱퀸의 존재론 (1): 김추자에서 손담비까지
3. 섹시 댄싱퀸의 존재론 (2): 김추자에서 손담비까지
4. 중성 혹은 남성형 캐릭터들: 피터팬과 톰보이 사이에서
5. 종교와 신화 사이에서 : 주술자, 사제, 여신
6. 다양한 유형을 한 자리에: 여성 그룹 (1)
7. 새로운 세대, 새로운 여성 그룹 (2)
8. 전기기타를 든 여자들
9.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계보학
10. 홍대 앞 여성 뮤지션
11.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들



걸그룹의 백가쟁명

올해는 ‘소녀들의 시대’로 기록되지 않을까. 상징적이게도 ‘소녀’ 또는 ‘걸’의 이름을 각각 건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는 수없이 명멸해왔던 걸그룹의 역사를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카라 등이 신보를 내고, 2NE1, 포미닛, 애프터스쿨, 티아라, f(x) 등의 신인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이러한 계보도 복잡다단하게 분화하는 중이다.

게다가 ‘걸그룹 스페셜’, 추석특집 ‘여성 아이돌 그룹 서바이벌’이나, 걸그룹의 주요 멤버(이른바 ‘G7’)가 참여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 브라운관까지 장악했다.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방송까지 결탁하는, 이들의 공감지수를 높이기 위한 미디어와의 긴밀한 공조 현상도 더 이상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바야흐로 ‘걸그룹 춘추전국시대’이다.

 
 
▲ 소녀시대, 2NE1, 애프터스쿨, 포미닛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실 ‘걸그룹’에 대해 원본을 캐고 가자면 한국의 현재 양상과 멀고도 가깝다. 걸그룹이란 (연주까지 하는 밴드의 포맷과 달리) 노래와 댄스를 위주로 하는, 소녀들만으로 구성된 그룹을 가리킨다. 그렇지만 시대에 따라 음악 시스템 및 구현되는 장르/스타일은 변화를 겪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걸그룹 현상은 영미권에서 주로 말하는 좁은 의미의 ‘걸그룹’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우선, 영미권에서도 역시 오래 전부터(가령 1930년대 보드빌이나 뮤지컬 시대에도) 여성만으로 구성된 노래하는 그룹들이 존재했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상징적인 걸그룹의 시대는 1960년대 미국의 흑인음악의 메카 ‘모타운 사운드’에 의한 것이다. 소울, 알앤비 등과 팝 사운드, 캐치한 멜로디에, (특히 소년에 대한) 순수한 그리움과 과장된 감정, 유머감각 등을 탑재한 많은 걸그룹 음악들은 1960년대 로큰롤 폭발의 자양분이 되었으며 비틀즈를 위시한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토대가 되었다.

이후 큰 영향력을 끼친 걸 그룹은 뭐니 뭐니 해도 1990년대 후반, 영국의 스파이스 걸스다. 상업적, 비평적 성공을 거두며 ‘걸 파워’를 증명했고, 이들과 소녀 문화는 학계의 연구대상으로 등재되었다. 더불어 미국의 TLC, 데스티니스 차일드 등도 인기를 끌었다. 그 이후 푸시캣 돌스나, 슈거베이브스, 아토믹 키튼 등이 몇몇 걸그룹이 활동했지만, 보다 주목적인 현상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오히려 보다 흥미로운 현상은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에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시스터즈, 혹은 자매들의 시대

우리에게도 소녀들(여자들)로 이루어진 그룹 형태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본격적인 걸그룹들이 탄생했다고 하지만, 그전부터 ‘시스터즈’ 또는 ‘자매들’이라는 이름으로 산개한 이력이 있다. ‘시스터즈’란 ‘브라더즈’와 더불어 중창단 스타일의 보컬 하모니를 강조한 형태를 말한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모타운의 걸그룹 혹은 그 이전의 가스펠이나 소울의 포맷에서 (일본을 경유하여) 영향도 받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양 팝음악과 일치하지는 않는다(혹은 ‘가요화되어’ 종착되었다).

1960년대 전후로 (미국진출의 원조 쯤되는) 김 시스터즈를 비롯해 이 시스터즈, 김치 캣츠, 정 시스터즈, 아리랑 시스터즈, 펄 시스터즈, 준 시스터즈, 리리 시스터즈, 체리 시스터즈, 바니 걸스 등 수많은 시스터즈들이 태어났다. 자매(혹은 친척)나 쌍둥이로 구성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연주와 노래를 모두 하는 김시스터즈 같은 경우는 흔치 않았고 보컬 하모니를 강조하는 대개 중창단 스타일이었다. 펄 시스터즈가 소울 사이키델릭 ‘신중현 사운드’의 촉매제 역할을 하거나, 준 시스터즈가 ‘그룹사운드’ He5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등 다단하게 분화했지만, 대개는 작곡이나 연주까지 하는 밴드 형태가 아니라 노래만 하는 형태였다.

1980년대에는 국보자매, 서울시스터즈, 희자매 등 몇몇 시스터즈들이 있었는데, 지금과 같은 아이돌 소녀그룹의 전범으로 삼을 수 있는 형태는 1980년대까지도 별로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세 또래 정도를 들 수 있을까. 이는 1980년대 인기를 얻었던 일본의 소녀대를 벤치마킹한 그룹이었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사실 1990년대, 아니 지금까지도 일본은 우리에게 하나의 모범 사례이자 공식적인 시험 무대였다).

본격적인 소녀그룹의 시대

‘아이돌 시스템’이 본격화된 1990년대 후반 SES, 핑클, 베이비복스, 디바 등을 필두로 하여, 2000년대 초가 되면 샤크라, 쥬얼리, 슈가 등 소녀 아이돌 그룹들이 우후죽순 가세한다. 물론 SES와 핑클의 쌍두마차가 단연 압도적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DSP미디어의 ‘기획사’ 대결로도 비쳐졌는데, 이는 두 소녀그룹의 라이벌 대결이라는 명목하에 상호적으로 인기를 추인하는 역할을 하였다.

한 마디로 틴 아이돌의 음악은 ‘기획의 산물’이다. 아이돌 음악(혹은 주류 음악 대부분)에는 여러 음악내외의 위험요소들이 동반된다. 때문에 이전과 달리 음반사 혹은 기획사의 상품화 전략과 프로듀서의 기획 역량이 부각되는 시대에 접어든다. 199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 SES (왼쪽부터 바다, 유진, 슈)
가령 그룹별 좌표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SES와 핑클이 모두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로 알앤비 댄스 및 발라드에 기반을 둔 팝음악으로 출발했지만, SES가 순수하고 신비로운 요정 콘셉트로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데 반해, 핑클은 ‘내수용’ 전략으로 발랄하고 친근한 ‘옆집 소녀’ 이미지에 초점을 주었다. 이에 반해 베이비복스는 처음에는 다소 빠르고 강한 랩에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였고 〈남자에게(민주주의)〉, 〈미혼모〉, 〈머리하는 날〉 등 여성의 주체적인 삶이나 자의식이 담긴 노래들을 포함했지만, 나중에 섹시 콘셉트로 전향하고 멤버 교체를 여러 번 단행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인기를 끌었다.

프로모션 방법과 타깃 등도 상호간에 중첩되지 않도록 기획되었다. 가령 SES가 일본 활동에 주력할 때라면, 핑클은 광고나 연예 프로그램 등에 얼굴을 자주 비춰 대중적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이들의 음반 발매 시기도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정되었다.

더불어 한 그룹 안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려되었다. 말하자면 그저 ‘아름다운’ 소녀가 아니라, ‘예쁜’, ‘귀여운’, ‘발랄한’, ‘보이시한’ 등의 다채로운 속성을 멤버 각각에게 부여할 수 있는 구성을 지녔다. 이전의 시스터즈와 달리 현재로 올수록 멤버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런 분화는 더욱 심화된다. 가창력이 뛰어난(그러나 외모에서는 다소 약한) 리드 보컬과, 외모에서 출중한(하지만 노래 실력은 약한) 멤버들로 위험 부담과 인기 요소를 분산시켰다.

 
 
▲ 핑클 (왼쪽부터 이진, 성유리, 옥주현, 이효리)
하지만 이들의 ‘막후’에 대해서는 오랜 난제들이 있다. 가장 먼저 ‘남성’이라는 배후를 떠올릴 수 있다. 음악을 만들고 기획하는 창작자(작·편곡가, 연주자, 프로듀서 등)들이 바로 그들이다. 더불어 기획사(매니저)와는 ‘보이지 않는’ 힘의 관계도 작동한다. 게다가 소녀그룹은 애초부터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소년그룹의 ‘자매편’ 정도의 포지셔닝이었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가령 SES의 인기 판도에 HOT나 신화의 팬덤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소녀그룹들은 ‘남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남자를 위해’ 노래하고 춤춘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아이돌 그룹에 찍힌 ‘기획 상품’이라는 낙인까지 부여되곤 한다. 사실 이는 너무도 진부한 공식으로 우리만의 사례가 아니고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관계로만 파악해서는 걸그룹 현상 이면의 다른 층위에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의미들을 파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SES와 핑클의 시대 이후, 많은 여성그룹들이 등장하고 사라졌지만, 완전히 정상의 위치를 장악하지는 못했다. 쥬얼리 등이 선전했지만, 언제나 최고의 영예는 동방신기, 빅뱅 같은 소년 아이돌 그룹이 차지했다. 그렇지만 SES, 핑클이 데뷔한 지 10년이 지난 후에 이르자, 전과는 또 다른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다.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 soundscap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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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4 10:01

SM과 동방신기에게 남은 8일 간의 시간

“하루만 네 방의 침대가 되고 싶어”라고 속삭이던 동방신기의 ‘허그’(Hug)가 지난 2004년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비웃었다. 가사가 유치하다는 게 그 이유였고, ‘동방의 신이 일어난다’는 동방신기(東方神起) 뜻도 뜬금없다는 것이었다. 네 자로 된 멤버들의 이름도 놀림감의 한 종류였고, ‘5인조 남성 아카펠라 그룹’이라는 초기 모토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들의 춤과 노래 실력만큼은 유치하지 않았다. 동방신기는 일본 오리콘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국내에선 80만 팬클럽 회원을 보유한 최정상 아이돌 그룹으로 떠올랐다. 오리콘차트 비즈 편집장은 “일본인 외 아시아 아티스트가 종합 1위를 차지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고, 10만 장을 넘은 외국인도 레드제플린과 비틀즈뿐”이라며 “동방신기는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아티스트”라고 극찬했다.

일본에서 노래의 ‘한류’(韓流) 흐름을 만든 건 보아(BoA)나 이보다 앞선 S.E.S 공도 있지만, 동방신기의 역할이 지대했다. 일본 최대의 음반가게에는 비틀즈와 나란히 동방신기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고, 한국음반만을 따로 전시하는 K-Pop 코너가 생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꿈의 무대라는 일본 도쿄돔 콘서트는 올해 초 전회 매진됐고, 무대가 보이지 않는 임시좌석까지 모두 팔렸다.

더 놀라운 것은 일본보다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 더 많은 인기와 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원래부터 중국본토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동방신기의 수익비중은 일본보다 중국에서 훨씬 더 크다”면서 “특히 중앙아시아 북부의 몽골이나 키르키즈스탄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팬의 충성도는 높다”고 설명했다.

   
▲ 동방신기 ⓒSM엔터테인먼트
새삼스레 이런 동방신기의 인기를 주저리 설명한 것은 이들이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동방신기 멤버 3인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가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일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SM은 “동방신기가 내년 봄 컴백 예정이다. 12일까지 답변을 달라”며 거부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SM이 동반신기 3명에 대해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이유는 동방신기에 의존하고 있는 SM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SM은 소속가수인 보아의 미국진출이 사실상 답보상태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고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등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이 동방신기 활동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SM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동방신기 또한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진출이 용이한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송을 제기한 동방신기 멤버 3명의 법적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측은 “세 멤버들은 종전과 다름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멤버 5명의 해체는 없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미 몇몇 기획사가 이들 3명과 물밑 접촉까지 했다는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이어서 독자 행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년 전속기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는 법의 영역에서 소속사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남아있는 계약금과 인센티브 문제 역시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동방신기’라는 브랜드가 없어질 경우다. 3인 혹은 2인으로 찢어졌을 때 지금의 동방신기가 사라진다는 건 분명하다. H.O.T 해체 이후 강타, 문희준, JTL로 나눠진 이들이 어떻게 힘을 잃어갔는지, 우리는 이미 확인했다.

대형기획사의 자본과 이들과의 계약관계로 기생하는 엔터테인먼트 구조로는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SM이 동방신기에게 제시한 복귀시점, 12일까지는 이제 8일(11월4일 기준)이 남았다.

[기자칼럼] 원성윤 기자 socool@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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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5 11:36

[우석훈] 이명박 정부, 2기로 넘어가는가

   
▲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88만원 세대 저자)
요즘은 잘 얘기하지 않는 저자이지만, 칼 만하임이라는 지식사회학으로 한동안 유행을 타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얘기했던 것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이데올로기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그런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데올로기는 사라졌다”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데올로기적이며,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은 학문 혹은 문화라는 것은 만하임이 말하는 것처럼 애당초 존재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녀시대의 노래들은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가? 그렇지 않다. 그들 역시 끊임없이 시대의 대세를 만들어내고, 트렌드의 우상을 만들어내면서, 기획사의 신화를 재생산하는 중이다. 그들 스스로도 그 구조의 희생자가 된다는 작은 차이점을 제외한다면, 그들 역시 이데올로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 있던 두 개의 정부도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등 자신들의 독특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명박 정부 역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명박을 대통령의 자리에 올렸던, 그가 아무리 허물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던 국민들의 이데올로기는 경제였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정말로 이명박 정부가 이런 자신들에게 부여되었던 대중적 이데올로기의 존재를 이해했다면, 정부의 이름을 지금처럼 투박하게 ‘이명박 정부’라고 붙이지 않고 ‘경제 정부’ 혹은 ‘국민경제 정부’ 같은 식으로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아마도 어떻게 이름을 붙이던지 간에, 그것이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고심 끝에 그냥 ‘이명박 정부’라는 싱거운 이름을 붙였을 것 같다. 분명 지금의 정부가 예전 정부와 같이, 하다못해 김영삼 시대와 같이 ‘문민의 정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역시 정권 내부의 세상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정보일 것이다.

자신들이 내걸었던 이데올로기는 공식적으로는 ‘이명박’인데, 이 이름이 주는 정부는 건설회사 CEO라는 이미지가 가장 크다. 그래서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할 것이고, 건설회사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했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이 대통령을 보기 위해 2000여명의 시민이 몰린 것은 현재의 민심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청와대
실제로 미국 방미 중에 쇠고기 협상을 간략하게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속에서 읽은 코드는 한미 FTA라는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국민들의 보건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대운하는 그 대기업 중에서도 ‘턴키 방식’으로 너무 많은 돈을 국가로부터 가지고 가게 될 대규모 토건사업에 대한 반대라는 상징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나고 나서 이명박은 절반 이상의 국민에게 불도저와 밀실 그리고 물대포라는 상징으로 비추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이미지는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었고, 도저히 한나라당은 한국을 통치할 수 있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과 함께 심지어 한국의 우파들은 토건을 통해서 자기들의 아파트값과 자신들이 지방에 보유하고 있는 땅값을 올리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무능한 집단처럼 이해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런 중에서도 명박식 ‘불도저 행정’이 가능했던 것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민주당은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아주 협의의 이데올로기만을 가지고 있다고 비추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이런 시기를 정권 1기로 본다면, 2기로 넘어가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최근 몸부림이 자못 눈물겨워 보이기는 한다. 녹색성장, 서민경제, 중도실용 등 형태로만 보자면 크게 비판하기 어려운 것들을 전부 전면으로 끌어왔고, 한국의 정치 지평상 중도좌파 정도로 볼 수 있는 정운찬까지 총리로 끌어들여 왔으니,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쓴 셈이다. 그리고 ‘4대강’은 이렇게 정권 2기를 출범하려는 이명박 정부에게 그야말로 역린인 셈이다.

‘이것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아마 정운찬 총리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상상해본다. 어쨌든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경제 정부이다. 정부가 출범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 입장은 많이 바뀐 셈이다. 이 변화에 대해서 무시하고,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또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 역시 이데올로기적이지 않을까? 크든 작든 변화는 있는데, 변하지 않는 것은 토건이라는 하부구조이고, 변하는 것은 정치라는 상부구조, 이 정도의 변화는 생겨날 것 같다. 이 변화를 읽어내지 않는다면, ‘반 이명박 전선’이라는 것은 매우 허무하게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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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4 15:19

디지털전환, 소녀시대·김연아 홍보도 좋지만…


디지털전환 예산·홍보 관련 비용마련 여전히 난제

제46회 방송의 날이었던 지난 3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 후보지역 발표 및 디지털전환 활성화 추진 협약식’을 열고 2013년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홍보와 시범사업의 본격화를 선언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방송의 디지털화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2012년을 전후로 전개되는 디지털 시대에는 대한민국이 미디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인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방송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치밀한 실행계획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취약계층에 디지털(DtoA) 컨버터 등의 제공 △난시청 지역 적극 해소 △공공임대주택의 노후안테나 등 수신 설비 개선 등의 계획을 밝혔다.

또한 “송신시설 등 방송 인프라의 디지털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방송사에 대한) 장기 저리 융자를 확대해 갈 것이며, 광고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전환 시범사업 후보지역 발표 및 디지털 전환 활성화 추진 협약식’에서 디지털 전환 홍보대사로 위촉된 ‘소녀시대’의 태연씨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김연아 이어 소녀시대 홍보대사 위촉했지만…

이날 최 위원장이 밝힌 이 같은 디지털 전환 관련 계획들은 지난 6월 방통위가 의결한 디지털전환 활성화 기본계획에 따른 것이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한 해 동안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국민 인식을 확산시키고 2010년 아날로그 TV방송을 시험적으로 종료하게 된다. 이후 2011~2012년에는 디지털전환 실행 계획을 본격화하고,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는 2013년부터는 후속조치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이날 행사에서 오는 2013년 디지털방송 전환에 앞서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할 시범사업 지역으로 충북 단양과 경북 울진, 전남 강진, 제주도 등 4곳을 선정했다. 또 인기그룹 소녀시대를 디지털 전환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방통위는 지난 4월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바 있다.

방통위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연아 선수와 소녀시대와 같은 유명인들을 홍보대사로 잇달아 위촉하면서 34.9%(2007년 구 방송위원회)에 그치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난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우선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예산과 홍보 등 비용의 상당수가 지상파 방송사들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3년까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소요될 비용은 2조 9000억원(방송설비 1조 4000억원, 홍보 및 저소득층 지원 1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방송사의 투자비용은 자체 조달을 원칙으로 하되 △융자확대 △수신료·광고제도 개선 등 정책적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국책 사업인 디지털 전환, 부담은 지상파 방송사의 몫?

그러나 방송사들은 장기 저리의 융자지원 확대와 관련해 “이는 디지털 전환 소유비용에 대한 지원이 아닌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것일 뿐이고, 융자금액이 증가할수록 방송사 부채가 급증해 방송사의 차입여건과 신용도 등 재정 여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융자지원과 관세감면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상파 방송사에 지원되는 재원은 173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1조 4136억원의 소요비용을 지상파 방송사가 자체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일본과 미국의 예를 들며 디지털 전환으로 실질적인 이익을 내게 될 가전사들에게 비용부담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기본계획 의결 당시 방통위는 “가전사에 디지털 전환 비용을 분담시킬 경우 디지털TV 가격을 인상,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 또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우리 가전사들이 세계 디지털TV의 33%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용을 분담할 경우 수출하는 해외에서도 그렇게 해야 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수신료·광고제도 개선 등 방통위의 방안 역시 소비자인 시청자들의 부담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여당은 최근 공영방송법(방송공사법) 제정을 준비하며 수신료 인상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KBS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두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방통위가 수신료 인상 등을 추진할 경우 시청자들은 방송사의 디지털 전환 비용도 부담하면서 디지털 수상기나 컨버터를 사야하는 이중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이미 미국과 일본의 디지털 전환 기구에 가입, 분담금을 내고 있다는 게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이다.

그밖에도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디지털TV 보조금 예산은 확보돼 있지만, 차상위계층 212만 가구 지원을 위한 재원 조달방안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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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3 15:09

여성가수의 음악을 둘러싼 편견들


[연재기획(1) 여성 대중음악 뮤지션을 말한다]


연재를 시작하며

이 기획은 지금 이곳의 여성 뮤지션이 음악을 하는 현상들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보는 데 있다. 왜 여성들의 음악인가. 이글은 그간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관습적 제약 등을 상세히 논하는 (혹은 여성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자리는 아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편견이나 제약 때문에 여성음악을 설명하는 여러 범주들이 생긴 건 아닐까. 더불어, ‘여성음악’만을 별도로 장르화하려는 것도 아니다(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이들 주변에 많은 흥미로운 양상이 복류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만 해도 주류 음악계에는 ‘소녀들의 시대’가 만개하는 중이며, 최근 화두로 떠오른 인디 씬 주변의 여성음악인들도 주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견지한 여성 뮤지션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여성음악’은 말하자면 우리 시대, 대중음악의 ‘한’ 단면을 묘사한 자화상 같은 것이 아닐까. 〈PD저널〉은 앞으로 약10회에 걸쳐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한국의 여성 대중음악뮤지션 조명을 통해 대중음악 발전을 모색해 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첫 번째 이야기. 여성가수의 음악을 둘러싼 편견들

올 봄, 박중훈쇼에 초대된 소녀시대에게 진행자 박중훈은 이런 질문을 했다. “가창력 있는 진정한 가수이지만 무명가수인 경우와, 인기는 있는 스타이지만 가창력은 좀 떨어지는 경우” 중에 어떤 걸 택하겠느냐고. 멤버들이 각기 한 쪽을 선택하자 “가창력만 있는 가수: 써니 제시카 유리 태연 서현”과 “인기 스타: 수영 효연 티파니”로 양분하는 내용의 자막이 떴다.

 
 
▲ 지난 3월8일 KBS 2TV <박중훈 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에 출연한 소녀시대 ⓒKBS
자신들이 인기만 있고 진정한 가수는 아니라는 시선을 의식해서였을까. 둘로 딱 가르려는 진행자의 멘트에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수영은 “진정한 가수라는 기준 자체가 가창력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노래를 잘 하면 물론 진정한 가수이기는 하지만, 노래를 못해도 무대에서 내 모습을 열정적으로 표출하고 관객과 호흡할 수 있다면 진정한 가수”라고 말했다. 이들의 답변에는 (이들의 진짜 의도인지는 몰라도) “(가창력 없는) 인기스타와 진정한 가수”라는 이분에 대한 의구심이나, “가창력이 있어야만/가창력만 있다고 해서 진정한 가수인가”에 대한 의문이 내포되어 있었다.

진정한 가수란?

당연히 가수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가수에게 필요한 능력이란 무엇일까. 좋은 가수의 조건은 무엇인가. 우선 가수는 노래를 잘 불러야한다. 너무 당연한 말인가. “가창력 있는 가수=진정한 가수”라는 등식은 앞의 사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또 질문!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잘 부른다는 걸까. 흔히, 정확한 음정과 박자 표현은 물론, 고저음을 자유롭게 오가는 넓은 음폭, 특히 안정적인 고음 처리와 풍부한 성량, 표현력을 더해주는 적당한 바이브레이션, 더불어 가수만의 독특한 음색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쇼프로그램이나 콘서트장에서도 ‘쌩으로’ ‘잘’ 부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가창법을 가지면 정말 진정한 가수인 걸까?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사실 ‘잘 한다/못 한다’ 또는 ‘좋다/나쁘다’는 노래에 대한 가치판단도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을 가진 것이다.

우선 한 장르/스타일 안에서도 시대에 따라 가창력의 잣대가 다를 수 있다. 음정이나 박자가 정확치 않은 것도 먼 과거에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1920년대, 성악을 공부했다던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는 놀랍게도 음정이나 박자가 부정확하다. (한 분석에 따르면) 이는 민요나 시조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당시 유입되기 시작한 서양식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1960, 70년대 트로트의 여왕 이미자의 목소리는 다소 구성진 바이브레이션에 비애가 서려 있었지만, 2000년대의 트로트 히로인 장윤정의 목소리는 경쾌하고 산뜻하기 그지없다(이는 사운드와 가사 등 음악 형식이나 내용과도 관련이 깊다).

각기 장르/스타일마다 좋은 가창의 기준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포크 음악은 기교 없는 깔끔한 톤을, 트로트는 ‘꺾는’ 소리를, 알앤비 발라드는 ‘소몰이창법’을 선호한다. 이런 장르관습적 코드를 넣지 못한다면, 노래를 잘 부른다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포크식으로 밋밋하게 부르는 트로트를 두고, 좋은 또는 맛깔스런 트로트 가창이 아니라고 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가수는 노래만 잘 부르면 된다? 

노래 실력 말고도 가수 주변에는 많은 것들이 따라다닌다. 첫 번째는 말할 필요도 없이 외모에 대한 것이다. 점점 화려해지는 최근으로 올수록, 빼어난 얼굴과 몸매는 특히 주류음악계 여성들에게 암묵적인 요건이 되고 있다. 얼굴만 예쁘고 실력은 없다고 비난하거나 이에 무관심한 척하면서도 우리는 얼굴에, 몸매에 눈이 간다. 예전과 달리 ‘예쁘다’는 것 이외에 섹시하다, 귀엽다, 지적이다, 발랄하다 등으로 다양한 층위들로 세분화되었을 뿐이다. 심지어 최근 홍대앞의 여성음악인들조차 ‘얼짱’ ‘요정’ ‘여신’ 등의 애칭으로 불리는 등 외모가 사람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음에 틀림없다. 예뻐도 문제고, 안 예뻐도 문제인 것이다.

두 번째로, 남녀 불문하고 가수에게 부과되는 또 하나의 짐은 노래실력 이상의 무언가를 갖추어야 ‘뮤지션’ 혹은 ‘아티스트’로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노래뿐 아니라 작곡이나 연주, 나아가 프로듀싱까지 했다면 대단한 뮤지션이라 칭송받곤 한다. 곡을 짓는 능력과 악기를 연주하는 능력, 나아가 음악 전체를 통제하는 능력을 가졌는가에 따라 뮤지션의 위계가 만들어진다. 이는 남성에게도 똑같이 작용한다.

 
 
▲ 홍대 '얼짱'으로 불리는 가수 요조
하지만 여성뮤지션 직업군에서 보컬리스트 이외의 역할을 가지기는 드물었다. 밴드편성에서도 연주나 작곡보다는 가창에 편중되어왔고, 연주를 한다 해도 전자기타나 드럼 같은 ‘쎈’ 악기보다는 피아노 같은 건반악기 등에 국한되곤 했다. 영화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처럼 여자가 작곡보다는 작사하는 풍경이 더 익숙하다. 요즘에야 여성이 밴드에 참여하거나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지만, 전문작곡가나 프로듀서, 엔지니어(그 외 많은 음악 관련 직업이라 칭송받는 테크놀로지 관련)는 아직도 여성의 유망직종과 거리가 있다. 위의 관점대로라면 여성의 경우 ‘진정한 음악가’로서의 위치를 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들은 MUST HAVE MUSICIAN/SINGER 아냐/그들은 ARTIST” (빅뱅 〈Let's Go Bigbang with V.I.P〉 중)

이런 열망은 대중음악의 오랜 화두였던 ‘진정성’에 대한 천착과도 관련되며, 천부적 재능을 가진 창조적 예술가를 이상형으로 하는 낭만주의적 산물이기도 하다. 이는 호칭사용에서도 드러난다. 가수(singer)보다 뮤지션이, 뮤지션보다 아티스트가 음악성(뮤지션십), 예술성을 담은 단어로 간주되는 듯하다(이는 ‘가요’라는 용어와 마찬가지 입장이다).

가령 아이돌 그룹이나 트로트 가수들에게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라는 칭호는 잘 붙이지 않는다. 반면 신중현, 조동진 같은 이들은 아티스트가 된다. 여자로 치면 한영애는 아티스트, 장윤정은 가수가 된다(물론 ‘아티스트’라는 말을 적용할 때 남녀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이런 현상들은 영화에는 진작에 유입된 이른바 ‘작가주의’적 관점이 투영된 결과일 뿐이다. 음악 레코딩에서는 프로듀서가 일종의 ‘작가적 위치’를 차지한다. 음악 전체를 통제하고 관장하는 수장으로서의 프로듀서는 (혹자의 주장에 따르면) 흡사 ‘가부장적 위치’를 수행하는 듯 보인다.

나는 작가주의 영화와 마찬가지로 대중음악도, 지나치게 음악성 또는 예술성에 경도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곡가나 프로듀서의 존재는 중요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모두 맡을 필요는 없다. 그런 능력을 발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래를 해석하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 싱어에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때 가수에게 중요한 것은 목소리이다. 가수의 목소리를 통해 음악의 메시지나 정서가 전달된다. 악기를 통한 연주도 이런 역할을 하지만 근원적인 악기는 목소리일 수 있다. 가수가 ‘무엇을 노래하는가’보다는 ‘어떻게 노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한 영국 대중음악학자의 말은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 기호학자의 용어를 빌면 가사의 직접적인 의미보다는 정서를 실어내는 목소리의 ‘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여자가 더 감정 표현을 잘 한다?

 
 
▲ 가수 인순이 ⓒKBS
그런데 노래 속 감정을 여자가 더 잘 표현한다는 이야기들이 종종 등장한다. 대중음악은 대부분 사랑노래들이다. 노래 속 화자들은 사랑에 빠져 행복하고, 사랑을 잃고 슬퍼한다. 우리는 흔히 보컬리스트들은 노래 속 화자의 감정을 그 악은(혹은 ‘연기’를 통해) 반영하여야 한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가슴’으로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토치송(torch song)’이라고 불리는 부드럽고 슬픈 사랑노래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주로 재즈적인 팝(혹은 그 반대) 음악으로, 서서히 타오르는 불빛처럼 전개되면서, 사랑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게 해주)는 의미를 가진다. 말하자면 발라드에 포함될 사랑노래들은 거의 토치송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랑의 낭만 또는 실연의 슬픔을 노래하는 토치싱어(torch singer)는 주로 여성들로 간주된다(전형적으로는 에디뜨 피아프, 빌리 할리데이, 사라 본, 샤데이 등이 연상된다).

왜 여자가수들인가? 사실 남자가수들도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다. 하지만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는 여성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여자들이 남자보다 더 미묘한 감정 표현, 섬세한 정서 전달에 능하다고 믿는다. 때문에 여성보컬이 노래 속의 감정을 잘 포착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거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여성들이 슬프고 애잔한 노래를 부를 때, 그래서 죄책감 또는 연민이나 동정심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닐런지.

인순이가 〈거위의 꿈〉을 부를 때 사람들은 그간 그녀가 살아온 지난하고 고단한 삶을 읽어내고 감동을 받는다. 그것은 원래의 남성 가창자들(김동률, 이적의 카니발)의 버전에서는 받을 수 없었던 감동일 것이다. 백지영이 부른 슬픈 이별의 노래 〈총 맞은 것처럼〉에는 희생자로서의 한 여성가수의 삶이 중첩된다. 이는 묘하게 더 큰 슬픔을 안겨준다.

 
 
▲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
그렇지만 혹시 가창과 표현력의 남녀 간 차이로부터 또 다른 사회문화적 차별들이 양산되거나, ‘여성은 감정적, 남성은 이성적’이라는 고전적인 도식이 강화되는 건 아닐까. 역으로, 여성의 목소리의 힘에 대한 위의 설명이 여성의 목소리(역으로 남성의 목소리)에 대한 또 다른 역편견을 만드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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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6 11:36

가요답지 않은 가요


[차우진의 내키는대로 듣기]

 
 
▲ 차우진 대중음악웹진 'weiv' 에디터
요즘 투애니원과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의 히트곡을 들으면 꽤 흥미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이들이 가요 프로그램의 상위권을 차지했거나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노래들과 여러 가지로 비교하게 되는데 그걸 한 마디로 압축하면 ‘아 요즘 잘 나가는 노래들은 가요 같지 않구나’ 정도다.

특히 투애니원의 ‘파이어’나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슈퍼주니어의 ‘너라고’, 샤이니의 ‘쥴리엣’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데 나로선 이게 꽤 의미심장하다. 일단은 ‘가요’의 정의는 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곧 이 노래들이 가요의 정의와 얼마나 멀리 있는가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러프하게 말하자면 ‘가요’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은 ‘뽕끼’의 유무였다.

이른바 쿵짜작 쿵짝 하는 3/4 정박이 지배하는 리듬과 5음계 위주로 애절하게 흐르는 특유의 화성이 관습적으로 진행되는 음악을 ‘가요’라고 본 것이다. 이런 특성이 ‘엔카’와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일제의 잔재’로 보는 관점도 있지만, 5음계 형식을 아시아권 음악의 보편적인 양식으로 보는 다른 관점도 존재한다. 어쨌든 90년대 이후 가요계는 이런 ‘뽕끼’를 없애려는 실험과 시도로 성장한 건 사실이다. 이른바 ‘고급 가요’는 가요를 재즈나 영미 록의 오리지널리티에 최대한 근접하려는 시도의 결과였다.

 
 
▲ 투애니원(2NE1) ⓒYG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이건 당시 언더그라운드나 인디 씬의 밴드들을 통해서, 혹은 주류와 비주류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던 음악가들에 의한 시도였다. 오히려 주류에서는 쿨이나 코요테처럼 ‘뽕끼’를 강화시킨 음악이 대중적으로 성공했다. 요즘 히트곡들이 흥미로운 건 이 때문이다. 이제는 ‘뽕끼’를 없애려는 시도들이 주류 음악계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여겨지는데 여기에 대해선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를 비교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최근 SM의 히트곡들은 대부분 외국 작곡가들의 노래다. 반면 최근 YG의 노래들, 특히 투애니원의 ‘파이어’는 원타임의 멤버였던 테디의 곡이다. 이건 일종의 단서 같다.

SM은 수입을 통해 ‘뽕끼’를 제거하는 방식을 취하고, YG는 90년대 한국 힙합을 한국식으로 체화한 경험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장르를 수입하느냐, 혹은 그것을 내부적으로 재현하느냐의 태도 차이로도 보인다. 일종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어느 쪽을 편들긴 어렵지만, 그 과정을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인디 씬도 마찬가지다. 2000년에 들어서 델리 스파이스와 언니네 이발관, 혹은 넬이 대중적인 지지를 얻었던 근거는 그 음악이 한국 록처럼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적인 정서에 집중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최근의 장기하가 대표적이다. 1세대 인디밴드들 혹은 90년대 정서에 대한 반작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마침내 어떤 벽에 부딪친다. 과연 ‘가요같지 않다’는 것은 칭찬일까. 그건 왜 칭찬일까. 혹시 가요에 대한 편견 때문은 아닌가. 그 편견은 ‘가요는 촌스럽고 해외 음악은 세련되었다’란 게 아닌가. 아 솔직히 이건 답도 없이 순환되는 질문이다. 정작 중요한 건 음악을 수용하는 ‘태도’기 때문이다. ‘뽕끼’ 없는 가요의 히트가 신선한 것도 같은 이유다. 기존의 한국 대중문화가 민족주의와 사대주의, 광범위한 열등감을 기반으로 삼았다는 관점에서, 이젠 거기서 자유로운 세대가 출현해 뭔가 새로운 걸 만든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란 얘기다. 매주 인기 가요 차트를 통해 내가 보는 건 바로 그 변화의 조짐일지 모른다.

차우진 대중음악웹진 'weiv' 에디터 nar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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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14:48

‘일밤’ 구원투수 소녀시대, 공포영화에 도전!


다음달 3일 ‘일밤’ 새 코너 출연…“김명민·하정우·다니엘 헤니랑 연기하고파”

 
 
▲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MBC
소녀시대가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공포영화에 도전한다. 소녀시대는 다음 달 3일 첫 선을 보이는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새 코너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에 출연해 공포영화 제작 도전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포영화제작소’는 테스트를 거쳐 윤아를 제외한 소녀시대 8명의 멤버 가운데 공포영화 주인공을 선발하는 서바이벌 형식이다. 매회 특별 연기 선생님이 출연, 공포영화 출연을 위한 소녀시대의 연기력과 자질 등을 테스트한다.

서바이벌 형식인 만큼 제작진은 소녀시대에게 매주 하나씩의 미션을 제시하고, 그 미션을 가장 훌륭하게 해낸 멤버를 선발, 테스트 필름을 찍은 후 실제 영화감독들에게 평가를 맡길 예정이다. 소녀시대를 도와 개그맨 유세윤과 조혜련도 출연한다. 이들은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각각 가상으로 영화 제작자와 캐스팅 디렉터의 역할을 맡는다.

<일밤>은 새 코너를 선보이기에 앞서 23일 오전 11시 MBC 일산 드림센터에서 소녀시대와 MC 유세윤, 조혜련, 김영진 PD 등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진 PD는 “토크 능력이나 버라이어티 적응 능력, 연기력에 대한 기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녀시대를 캐스팅했다”며 “실제로 올 여름 내에 소녀시대가 출연하는 공포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PD는 “일단 이 코너는 3개월 정도의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여름이다 보니 공포영화를 겨냥했다”며 “방송 후 반응이 좋으면 멜로 등 다른 영화 장르나 또 다른 미션 등에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비 관계로 30분 정도의 단편 영화를 찍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소녀시대는 ‘공포영화제작소’를 통해 여주인공을 맡기 위한 멤버들 간의 경쟁에 들어간다. 영화 촬영 경험이 있는 수영은 유리를 라이벌로 꼽기도 했다. 수영은 “유리는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에 출연한 적이 있고, 첫 회 방송을 보면 유리를 왜 라이벌로 꼽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티파니는 “이게 경쟁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연기력을 스스로 찾아내는 과정인 것 같다”며 “경쟁보다는 배우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진행을 맡은 조혜련은 “제시카나 티파니가 겁이 많아서 첫 회를 찍으면서 굉장히 무서워했는데 나중에 이들이 성장해 공포영화를 찍는 것을 보면 굉장히 재밌을 것”이라며 “소녀시대가 진정한 연기자 되는 것을 보는 게 우리 소원”이라고 밝혔다.

유세윤은 “좋은 영화를 제작하는 것보다는 가장 즐겁고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적이니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 23일 오전 11시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열린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새 코너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 기자간담회. 소녀시대와 MC 유세윤, 조혜련, 그리고 김영진 PD가 참석했다. ⓒMBC

연기에 도전하게 된 만큼 소녀시대는 함께 연기하고 싶은 남자 배우들을 꼽기도 했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며 수영과 서현은 배우 김명민을 꼽았고, 제시카는 “같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다니엘 헤니를, 유리는 “영화 <추격자>를 인상깊게 봤다”며 배우 하정우를 꼽았다. 이밖에도 태연은 휴잭맨, 티파니는 이범수, 효연은 조재현, 써니는 황정민과 함께 연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소녀시대는 이미 ‘공포영화제작소’ 첫 회 촬영을 마쳤다. 첫 회분에서는 소녀시대의 연기력과 담력을 테스트한 내용이 방송될 예정이다.

유리는 “첫 회를 촬영해보니 워낙 프로그램이 재밌어서 정말 큰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영진 PD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초반 3~4회 정도는 스페셜한 아이템으로 가게 될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공포영화 제작을 위한 연기력, 담력 테스트 등을 포함할 수 있는 장치를 쓰고 연기연습 등도 중간 중간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PD는 또 구체적인 영화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2~3개월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소녀시대 멤버들의 개별적 매력들을 좀 더 확실하게 잡은 후 캐릭터에 어울리는 쪽으로 제작할 생각”이라며 “시나리오의 경우 제작진이 직접 쓰는 방법도 있지만, 시청자 공모를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백혜영 기자 otili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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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3 13:41

소녀시대 '신곡'에 대한 폄훼, 정당한가

모든 음악은 평등하다 
[e-야기]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최근에 소녀시대의 신곡이 발표되었다. ‘Gee’라는 곡은 등장하자마자 화제가 되었다. 물론 그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곡의 완성도나 수준이 기대 이상이었다. 나도 관심깊이 그 노래를 들었다. 곡이 시작되고 30초 만에 중독성 강한 코러스가 등장하는 구성도 그렇고, 빠르게 진행되다가 멈칫거리는 신서사이저 리듬도 매력적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한국의 대중음악은 주류와 비주류를 막론하고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보이는 정도에 이르렀다. 그동안 주류 댄스 음악은 외국의 최신 트렌드를 베끼는데 치중하거나 인디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음악은 곡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태도 때문에 높은 점수를 얻는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계는 그야말로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장이 되었다고 본다. 그건 꽤 흥미로운 관점이고, 또 그런 관점에서 소녀시대나 원더걸스나 빅뱅의 음악이 평가되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입장이다.

    


▲ 소녀시대 ⓒSM엔터테인먼트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아이돌 그룹을 한국 대중음악계를 좀먹는 악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일부분 맞는 견해다. 생산과 분배의 관점에서 아이돌 그룹과 그런 그룹을 기획해내는 기획사는 언제나 쟁점이었다. 하지만 그런 관점은 필연적으로 대중음악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보게 만든다. 그 기준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이라는 건 음악이 음악 이상의 어떤 것이라는 관점의 산물이다. 물론 진정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대중문화라는 건 복합적인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중문화라고 부르는 어떤 현상에는 산업적인 맥락과 예술적인 맥락이 동시에 존재한다. 거기서 창작자의 태도나 세계관, 가치관이 중심을 차지하는 건 맞는 말이지만 그게 부재한다고 해서 그 창작물이 쓰레기가 되는 건 아니다.

소녀시대의 음악에 진정성이 없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건 20세기 초에 영어문화권의 대중문화를 지배한 재즈를 폄훼한 시선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진정성이라는 개념은 언제나 사회적인 맥락 안에서 유용한 개념일 뿐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최근의 한국 대중음악들이 정말로 흥미롭다. 소녀시대의 노래에 대해서 마음껏 얘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이었다면 분명히 이 정도로 흥미롭진 않았을 것이다. 일본 대중음악이나 미국의 트렌드를 거론하면 그걸로 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았다. 항상 표절 시비에 시달렸고, 대부분은 음악적 가치보다는 생산자와 수용자의 관계, 팬덤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말할 게 많았기 때문이다.

    


▲ 원더걸스 ⓒJYP


하지만 지금은 음악적으로도 흥미롭다. 거대 기획사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로 작업하는 작곡가들이 만들어내는 비트와 소스들도 흥미롭다. 그것은 대부분 창의적이기도 하고 때때로 의미심장하기도 하다. 그런 변화들이 한국 대중문화에서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대중적 커뮤니케이션이 벌어지고 있다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여기서 진정성을 거론하고, 어떤 기준을 들이대고, 그걸로 이쪽 편과 저쪽 편을 나누는 건 사실 무의미한 일이다. 대중문화의 발전(이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지만, 어쨌든)을 위한다면 더더군다나 유해한 일이기도 하다. 그건 문화 수용자들에게 어떤 가이드도 제시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하는 발언자들의 권위만 챙기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는 개인의 자기표현이자 산업의 결과물이다. 그 양쪽의 균형을 지키지 못할 때, 비평은 보다 나쁜 쪽에 가까워진다. 우리는 모두 음악 주변의 환경과 산업이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음악은, 결국 동등하다. 그런 관점이 수용자로서의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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