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7 16:38

“방송 3사 선거보도, 모니터할 보도가 없다”


1일 평균 1건 미만…무상급식 등 주요 의제 거의 안 다뤄

6·2 지방선거가 1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언론, 특히 지상파 방송 3사의 선거보도는 천안함 사태 등에 밀려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언론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7일 오전 방송기자연합회(회장 박흥로)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6·2 지방선거와 선거방송보도 중간점검’ 토론회에선 지방선거 분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4월부터 이달 초까지의 방송 3사 선거 보도에 대해 “모니터할 보도가 없다”(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문민정부 이후 가장 적은 지방선거 보도”(안차수 경남대 교수)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4월 1일부터 5월 9일, 방송 3사 메인뉴스 선거보도 평균 1건 미만”

방송 3사의 지방선거 보도 부재는 통계에서 확인된다. 개인사정으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한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발제문에서 방송 3사의 선거 관련 보도의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5월 9일 사이 지상파 방송 3사의 저녁 뉴스의 선거 관련 보도(단신 제외)는 1일 평균 1건 미만이었다. SBS <8뉴스>가 30건으로 가장 많았고, KBS 1TV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는 각각 29건, 19건이었다.

1일 평균 1건 미만 보도의 주를 이룬 것도 △후보확정·경선(21건) △선거비리·공천 잡음(20건) △당·후보자 선거운동(13건)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기간 동안 지방선거 관련 기획보도는 단 2건에 그쳤는데, 모두 KBS 1TV <뉴스9>의 보도였다.(4월 6일 <지방자치 15년-스스로 경쟁력 높인다>, 4월 7일 <지방자치 15년-‘올바른 선택’이 관건> 등) 선거정책과 관련한 보도도 3건에 불과했는데, 이는 모두 SBS <8뉴스>에서 이뤄졌다.(4월 20일 <‘향토발전세’ 추진…논란>, 4월 30일 <매니페스토/ ‘일자리’ 공감…‘접근법’ 각각>, 5월 2일 <매니페스토/ “보육지원” v.s “무상급식”> 등)

   
▲ 지방선거를 16일 앞둔 17일 오전 방송기자연합회(회장 박흥로) 주최로 국회에서 ‘6·2 지방선거와 선거방송보도 중간점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무상급식·4대강 보도…무시하거나 정부·여당 편에 서거나

지난 9일 SBS <8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앙일보>와 함께 진행한 6·2 지방선거 현안별 표심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8%가 투표를 좌우할 이슈로 ‘무상급식’을 꼽았다. 2위는 4대강 사업(63.3%)이었으며 △세종시 수정안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천안함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의 주요 의제로 꼽고 있는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방송 3사의 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김유진 처장의 발제에 따르면 ‘무상급식’에 대한 이슈화가 시작됐던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 9일까지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모두 각각 3건씩 관련 보도를 했을 뿐이다. 김 처장은 “특히 KBS가 무상급식을 <뉴스9>에서 처음 다룬 시점은 지난 3월 18일 한나라당이 (야당과 시민단체의) ‘무상급식’에 대응해 ‘급식비지원 확대’를 들고 나왔을 때로, (이전) 경기도의회의 무상급식 예산 삭감 등이 있었을 땐 관련보도를 1건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부터 부작용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발제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5월 9일까지 KBS <뉴스9>와 SBS <8뉴스>의 4대강 관련 보도는 각각 4건씩(단신 포함)에 그쳤다. 그나마의 보도도 4대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했다는 게 김 처장의 지적이다. 반면 MBC <뉴스데스크>는 같은 기간 동안 4대강 부작용 등과 관련해 10건의 보도를 했다.

김 처장은 “유권자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의제로 든 사안들을 외면한 데 대해 방송 3사는 스스로의 의제 설정 기능과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면서 “충실한 선거보도를 제약하는 요인을 따져보고 이를 극복하는 데 현장 기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업 기자들 “현실적 한계” 토로…방송사 홈페이지 등 적극 활용해야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현업 기자들은 일부 수긍을 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토로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위원장인 안정식 기자는 “지방선거와 관련해 방송이 제대로 된 검증을 하는가, 정책선거에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지적에 (방송 3사) 누구도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안 기자는 그러나 “방송의 메인뉴스는 40~45분 내 23~24꼭지의 리포트를 해야 하는 물리적 제한이 있고, (때문에) 모호한 지점이 없진 않지만 인명피해도 많았던 큰 사건인 천안함 위주의 보도 자체를 잘못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무상급식 등이 초점이 된 리포트 자체에 대한 모니터가 (김 처장 발제에서) 있었는데, 현장 기자들의 항변 아닌 항변에 따르면 다른 관련 보도 속에서 해당 이슈를 녹여간 사례도 많다”며 “남은 16일 동안 어떻게 더 적극적인 보도를 할 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출입의 김문경 YTN 기자는 “4대강 등의 이슈를 검증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사실 4대강은 이미 작년에, 여당이 강행한 예산안 처리로 이미 끝난 사안이었다. 끝났던 사안이 갑자기 이슈로 떠올랐고, 지역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이 다르기도 하다. 더구나 여당의 지방선거 10대 의제 안엔 4대강이 빠져 있다. 정당 관련 리포트에서 여야의 입장을 각각 묶어야 하는데 각이 안 서는 측면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4대강은 개발이익과 환경 문제가 충돌하는데, 그런 문제들을 짚어가며 (정해진 시간 내) 기사를 내보내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회 출입의 이승재 OBS 기자는 “1분 20초~1분 30초 이내에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하는 방송 뉴스의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방송과 신문, 방송과 통신 등의 융합 추세인 만큼 이를 정치보도, 특히 선거 관련 보도에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차수 경남대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 관련 보도는 역대 다른 선거에 비해 절대적으로 양이 적은 게 사실이다. 문민정부 이후 가장 지방선거 보도가 적은 게 아닐까 하는 분석이 나올 정도”라며 “(입법·사법·행정 등) 중앙권력에 의해 제4부라고 불리는 언론의 지방선거 관련 보도 통제 구조가 현실화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천안함 사건이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사건임엔 틀림없지만 무상급식·4대강 등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인 의제를 언론들이 놓아버리면, 후대가 지난 선거에 언론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할 때 과연 이를 감당할 수 있겠나”라며 “방송 보도에 있어 물리적 한계가 있다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에서 미처 전달하지 못한) 정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 CBS 모델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세옥 기자 ks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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